[제7회 춘란배 세계선수권] 봉쇄냐, 돌파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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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2국> ○·창하오 9단 ●·이창호 9단

제3보(23~30)=백△의 맥점은 기억해 둘 만한 수. 23이 필연일 때 24로 석 점을 잡는다(23으로 행여 26 자리에 먼저 단수칠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곧장 23으로 끊겨 요절이 난다). 이 결과는 부분적으로 백이 이득이다. 귀의 임자가 뒤바뀌었기 때문에 실리 면에선 백이 벌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전국적인 판단은 다르다. 우선 백◎ 두 점이 크게 약화됐고, 또 24 쪽 모양이 나빠 외곽을 도배당할 수 있다. 눈앞의 현찰을 덜컥 집어삼키고 보면 배는 부르지만 이처럼 뒷 맛은 개운치 않은 법. 지금 백이 처한 상황이 그렇다. 25, 27은 흑의 권리. 그 다음 어디를 씌워야 이 백을 봉쇄할 수 있을까. 봉쇄만 된다면 흑 세력의 위력은 장난이 아니다.

이창호 9단은 장고 끝에 29로 멀찍이 씌웠다. 놓이고 보니 그럴싸해서 처음엔 모두 감탄했다. 이것으로 막혔다. 뚫고 나오려고 꿈틀거리면 다 이적수가 된다. 중앙의 어정쩡한 곳에서 요소를 찾아내는 솜씨는 예나 지금이나 최고다. 한데 창하오 9단은 포기하지 않고 전력을 기울여 수를 보더니 30에 딱 붙여 왔다.

이게 진짜 좋은 수였다. 그런 기막힌 수를 허용한 29는 대실수였다. 29는 ‘참고도1’ 흑1로 씌워야 깨끗했다. 2, 4로 돌파하려는 것은 패망의 지름길. ‘참고도2’ 역시 완벽하게 막히고 만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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