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팔이 40대 남자 남모르게 이웃사랑 실천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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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껌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40대 남자가 남모르게 이웃사랑을 실천,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청주 중앙공원일대를 지역으로 장사를 하는 金학경 (47.충북청원군남이면척산리) 씨. 이름은 누군지 몰라도 '중앙공원의 껌팔이 아저씨' 하면 20대 이상 청주시민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이는 유명인사다.

초점 흐린 눈빛에 발음도 또렷하지 않은 어눌한 말씨, 다리까지 저는 꾀죄죄한 행색의 장애인이지만 마음만은 부자요, 천사다.

金씨의 껌팔이 생활은 올해로 27년째. 21살 때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시작한 껌팔이가 평생의 직업이 돼버렸다.

어느새 머리까지 희끗해진 金씨의 '영업무대' 는 청주시남문로 중앙공원과 인근 커피숍. "보통 주말엔 3만원 가량, 평일은 1만5천원 정도 벌었지만 요즘 들어서는 하루 만원짜리 한장 만지기도 힘드네유 - ." 남루한 행색 때문에 멀찌감치 피하거나 "재수없다" 며 쫓아버리는 사람도 있지만 그는 고단함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지체장애5급으로 2종생활보호대상자인 金씨는 면에서 받는 보조금 3만원을 포함, 월수 40만원으로 근근이 생활한다.

그런 그의 이웃사랑은 3년전 결혼한 부인 (33.지체장애3급) 도 잘 모를 정도여서 더욱 감동적이다.

남이면사무소가 최근에야 겨우 알아낸 사실이지만 金씨는 매달 2~3차례씩 입원하거나 외로운 장애인을 찾아가 2만원씩 전달하고 가끔씩 청주시내덕동 장애인공장에 찾아가 말벗이 돼주곤한다는 것. 또 장애인모임 수익재산인 자판기설치에 75만원을 출연하는가 하면 음성 꽃동네회원으로 월회비를 수년째 내오고 있다.

남이면사무소 직원 金태웅 (30) 씨는 "버스 탈 때 요금을 면제해달라고 조를 정도로 악착같은 金씨가 그같은 선행을 한다는데 놀랐다" 며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에 남을 돕는 것도 존경스럽지만 이를 한사코 숨기려는 모습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고 말했다.

청주 = 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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