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광명乙' 비상체제 돌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국민회의가 16일 '광명을 (乙) 비상체제' 로 돌입했다.

낙승을 기대했던 경기 광명을 보선에서 국민회의 조세형 (趙世衡) 후보와 한나라당 전재희 (全在姬) 후보간 지지도 격차가 오차범위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다급해진 국민회의는 그동안 여의도 당사에서 개최하던 간부간담회를 선거대책회의로 대체, 17일부터 광명에서 열기로 했다. 광명을 승리에 전력투구하겠다는 뜻이다. 또 趙후보와 김종필 (金鍾泌) 총리서리와의 긴급회동도 준비중이다.

광명 유권자의 31%에 달하는 충청표를 흡수키 위해서다.

이 회동은 金총리서리가 귀국하자마자 이뤄질 것이라는 후문이다.

국민회의는 이와 함께 趙대행의 정치권에서의 비중을 부각시키는 데도 애쓰고 있다.

趙대행은 16일 선거운동으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굳이 청와대를 방문, 주례보고를 했다.

그는 청와대 보고가 끝나자마자 당으로 달려와 기자들에게 기아 처리문제와 그린벨트 완화문제 등을 설명했다.

광명을에 기아관련 유권자가 6천명에 달하는 것과 무관치 않음은 물론이다.

그린벨트 해제문제도 마찬가지. 趙대행은 이날 브리핑을 이례적으로 기자실로 직접 찾아와 발표했다. 당3역과 대변인이 옆에 도열했다.

카메라를 의식한 모양새 갖추기였다.

국민회의의 긴장감은 이날 오전 열린 당 간부회의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광명을에서 선거운동을 지원하고 있던 방용석 (方鏞錫) 의원이 김원길 (金元吉) 정책위의장의 기아노조에 대한 무관심을 문제삼았기 때문. 方의원은 金의장이 15일 광명 기아공장을 방문토록 돼 있었으나 지키지 않아 득표에 차질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에 金의장은 "기아측에서 나에게는 일언반구 없이 일방적으로 내가 방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며 격분, 회의도중 퇴장하기에 이르렀다.

광명을 선거에 대한 국민회의 지도부의 날카로운 신경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그러나 국민회의 내부에서는 광명을에 전력투구하는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실패했을 경우 당이 받을 타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남정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