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서구 변동초등학교 어린이은행에 꼬마들 장사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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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적은 돈이지만 어려운 나라형편에 조금이나마 도움될 것으로 생각해 거의 매일 어린이 은행에 와요. "

15일 오전8시반 대전시서구 변동초등학교 어린이 은행에는 저축하려는 꼬마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고사리손 가득 10원짜리, 백원짜리 동전을 쥔 어린이서부터 코묻은 1천원짜리 지폐를 예금통장 사이에 끼워 신주모시듯 하는 어린이 등 수십명이 줄서 있다.

개교기념일인 지난 1일부터 날마다 이같은 진풍경을 벌어지게 한 주역은 6학년4반 담임인 정한규 (鄭漢奎.52) 교사. 올해 이 학교에 부임한 鄭교사는 개교기념일을 앞두고 학생들에게 근검절약 정신을 가르쳐주기 위해 1천3백15명의 전교생 모두에게 'IMF통장' 을 선물했다.

1인당 1천원씩 '씨앗돈' 을 넣어주는데 들어간 돈만 1백30여만원. 鄭교사는 이를 위해 23년전 교직생활 시작과 함께 담배를 끊어가며 매월 3만원씩 모아온 소중한 통장을 헐었다.

"학생들이 용돈을 갖고 있으면 수업시간에도 잡념을 가져 공부를 못합니다.

저축하는 재미도 알려주고 경제난 극복에 어린이도 동참한다는 마음을 주려 은행을 열었습니다. "

鄭교사는 이전 근무지인 대전 성룡초등학교에서도 지난 95년 어린이 은행을 설립해 전교생에게 저축정신을 길러줬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한해 저축액이 3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어린이 은행이 잇따라 성공한 배경에는 鄭교사 나름대로의 '비결' 이 있다.

저축결과를 바로 알려주고 학생 중심으로 운영토록 해 스스로 저축의 효과와 재미를 느끼도록 했다.

6학년생으로 구성된 3명의 어린이 은행장단이 매일 아침 현관옆에 설치된 창구에서 돈을 받아 인근 새마을금고에 건네면 금고직원들이 통장을 정리해 다음날 주인에게 통장을 넘겨준다.

이렇게 이달 중순까지 저축한 금액만 1천1백여만원에 달한다.

"돈있으면 까먹기 바빴는데 이제는 늘어나는 돈을 보며 학교생활도 덩달아 재미있어요. " 질서정연하게 입금차례를 기다리는 꼬마 예금주들은 "여름방학동안 용돈을 아껴 개학과 동시에 '목돈' 을 저축하겠다" 며 설레이는 표정을 지었다.

대전 = 이석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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