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당신은 세계 최고가 될 준비 돼 있습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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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커피숍에 앉자마자 그는 MK택시 연수를 받기 위해 준비했던 서류들을 하나씩 보여줬다. MK택시에 보낸 편지와 자기소개서, 각 기관에 보낸 추천서 요청 편지···. 시간이 지날수록 기자는 자세를 고쳐 앉게 되었다. 그를 대하는 말투도 공손해지고 있었다. 그가 “굼벵이는 구르는 재주밖에 없지만, 그게 사는 이유잖아요. 택시 기사 역시 사회에 줄 수 있는 건 친절뿐이지요”라고 말할 땐 기자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세계 최고의 택시 기사가 되고 싶다는 그의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정씨는 자신을 ‘광고’하고 싶어 신문사에 전화를 건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일본에서 연수 받을 때 ‘한국으로 돌아가면 MK택시의 정신을 널리 알리겠다’고 유태식 부회장께 약속드렸다”면서 “친절 서비스는 택시 기사뿐 아니라 모든 직업인이 배워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씨 기사가 3일자 31면에 실리자 많은 독자가 ‘감동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앙일보 전자신문인 조인스에는 ‘기사를 출력해 두고두고 읽으며 기본을 갖추도록 노력하겠다(김혜전씨)’ ‘모두가 돈 때문에 직업을 선택하는데 자긍심을 갖고 계시는 것이 훌륭하다(최문기씨)’ ‘부족함이 많은 것을 알면서도 바꾸려 하지 않았던 내 자신이 부끄럽다(이준용씨)’는 등 수십 건의 댓글이 달렸다. ‘정치인들부터 정씨의 정신을 배우라’는 댓글도 있었다. “그분의 택시를 이용하고 싶으니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전화가 연이어 걸려왔다.

많은 사람이 직업을 생계 수단으로만 본다. 돈을 잘 버는 직업이 좋은 직업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정씨는 “직업을 불평하기 전에 자신의 직업으로 무엇을 베풀 수 있는지 찾아야 한다”는 점을 깨우쳐 주었다. 그의 기사에 달린 ‘착한 댓글’들은 우리 사회가 ‘직업정신’에 얼마나 목말라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모두가 정씨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될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최고의 농부, 최고의 청소부, 최고의 정치인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임미진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