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무라 미츠오 글·그림
고선윤 옮김
비룡소, 124쪽, 1만원
청소년 눈높이에 맞춘 철학책이다. 철학을 전공한 저자가 서점에서 우연히 『헤겔 철학 입문서』를 읽은 뒤 “화가 나” 쓴 책이라고 한다. “이래 봬도 철학과 출신인데 전혀 이해가 되지 않다니…”란 분노였다.
책은 플라톤의 ‘이데아’,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칸트의 ‘자유’, 마르크스의 ‘노동의 소외’, 사르트르의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등 다섯 가지 철학적 개념을 간결하고 쉽게 풀어냈다. 한때 일러스트레이터로도 활동했다는 저자의 재치 있는 그림은 딱딱한 철학을 말랑말랑하게 포장하는 데 한몫 했다.
철학을 고리타분한 강의실이 아닌 생활의 영역으로 끌어온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예를 들어 칸트의 ‘자유’는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하며 곱씹어봤다. “제가 자리를 양보한 까닭은 ‘자리를 양보하시오’라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입니다. 귀가 아니라 마음으로 들렸습니다. 저에게 자리를 양보하라고 명령한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입니다. 나는 스스로에게 명령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입니다.”
아, 철학이 이렇게 쉬운 거였나. 생각하는 재미가 절로 전해진다.
이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