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누가 쌍용차를 죽이고 있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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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민노당 홈페이지에는 홍희덕 의원이 쓴 쌍용차 사태에 관한 글이 올라와 있다. 그는 “…이 사태의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는 것이 명백해지고 있으며… 사측은 용역을 동원하고… 공권력 투입이 임박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너무나도 계획적인 쌍용차 노동자 죽이기”라고 단정한 뒤 “쌍용차 정리해고 다음에는 국민 차례”라며 공포심을 부추긴다. 그러면서 그는 “정리해고 없이 산업은행의 공적 자금을 투입해 쌍용차를 살려 내라”는 기가 막힌 처방전을 내놓았다.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는 다짐에선 정치인다운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이에 대해 어제 본지에 나온 쌍용차 협력업체 정관현 사장의 반박이 눈길을 끈다. 그는 “그렇게 평범하고 착했던 한때의 내 동료들이 지게차와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정 사장은 “정치인과 민주노총 등 외부 세력이 가세하는 바람에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홍 의원은 얼마 전 쌍용차 비해고자가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글도 읽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글은 홍 의원에게 “옥쇄파업하는 노동자만 진정한 노동자고 회사가 파산해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우리는 노동자도 아닌가요? …쌍용차 노조가 먼저 쇠파이프로 가격하고 볼트 새총 쏘고 지게차로 공격해 멀쩡한 사람들 병원에 실려 간 것을 정말로 모르시나요”라고 반문한다.

어느 쪽의 주장이 옳은지는 국민이 판단해야 할 몫이다. 쌍용차는 완전히 두 쪽으로 갈라져 있다. 해고된 노조원 900여 명은 외부 세력과 손잡고 공장을 불법 점거하고 있다. 쌍용차가 자살로 가는 길이다. 이런 곳에까지 공적 자금을 퍼 주자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이에 비해 노조의 폭력을 피해 쫓겨난 비해고자 3000여 명은 회사를 정상화하고 가정을 지키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을 이어 가고 있다. 이들은 허름한 컨테이너 숙소와 PC방을 전전하며 신차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민노당 홍 의원에게 과연 어느 쪽이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지를 묻고 싶다. 누가 쌍용차를 죽이고 있는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