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요금체납 7,000억이나…무선호출 5명당1명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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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심각한 불황 속에서 휴대폰.무선호출기 (삐삐) 나 전화요금을 제때 안내는 사람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통신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15일 한국통신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업도산과 대량 실업 등으로 통신업계의 총 미수금 규모가 7천억여원에 이르고 있다.

한국통신의 경우 지난해 말 2천6백억원이던 미수금이 5월에는 3천4백62억원으로 33%나 늘었으며 다음달에는 4천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콤의 미수금도 국제.시외전화와 PC통신 등을 합쳐 모두 3백50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5개 기업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이동전화.개인휴대통신 (PCS) 업계도 요금체납이 심각하다. 가입자가 5백만명인 SK텔레콤은 20만명이 요금을 제때에 내지 못해 체납액이 5백억원에 이른 상태. 신세기통신은 가입자 1백40만명중 10%가 넘는 15만명이 6백억원을 못내고 있다.

PCS업체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통신프리텔의 경우 지난해 말 체납률이 5%에서 6월말에는 10%로 껑충 뛰어올랐고, 체납액 역시 지난 4월 4백20억원에서 두달만인 6월 5백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솔PCS와 LG텔레콤의 체납액을 합하면 총 2천5백억원에 이르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무선호출 분야. 올초 1천5백만명이던 가입자가 1천3백만명으로 준데다 사용자 5명당 1명이 요금을 제때 내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무선호출만 해도 SK텔레콤 1백50억원, 서울이동통신.나래이동통신이 각각 80억원씩 물렸다. 해당업체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무선호출 분야에서만 6백억원 이상의 요금이 체납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업체마다 요금징수를 위한 묘책마련에 고심중이다. 한국통신은 요금을 체납했더라도 기업의 원활한 경영을 위해 서비스를 중지시키지는 않은 상태에서 분납 등의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신세기통신 등은 채권추심기관과 함께 6개월 이상 요금을 내지 않은 악성 불량고객명단을 작성, 금융기관에 명단을 통보하고 있다. 통신업체들은 또 다음 달부터 불량고객명단 데이터베이스를 공동으로 구축, 한 회사에서 요금을 완납하지 않은 이용자가 타 회사로 바꾸어 가입하는 것을 막기로 했다.

이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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