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총리서리 권한쟁의 각하'결정후 각당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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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야 3당이 헌법재판소 (憲裁) 의 '총리서리 권한쟁의' 각하 (却下) 결정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총리서리 임명동의 - 국회의장단 선출 - 상임위원장 배분 등 3대 현안이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 헌재의 결정으로 첫번째 고리가 떨어져 나가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위헌판결이 날까 해 노심초사했던 여권은 "이제는 국회의장과 임명동의안처리를 맞바꿀 필요가 없어졌다" 며 공격적 자세로 선회하고 있다.

우선 청와대와 국민회의측은 임명동의안에 대한 조속한 재투표 실시를 요구하는 한편 국회의장은 관례대로 집권당이 맡아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아킬레스건이었던 총리서리체제 위헌시비에서 탈출한 만큼 지체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원구성 지연에 대한 국민여론이 악화되고 있어 시간을 끌수록 야당이 더욱 곤혹스런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이란 계산도 깔고 있다.

따라서 총리임명동의안은 재투표를 통해 처리하고, 의장은 여당몫으로 챙기며, 상임위원장은 21일 재보선 직후 의석비보다 야당 몫을 더 주되 주요 상임위원장직은 여당이 차지한다는 구상이다.

대신 야당의 체면을 고려, 야당이 의장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사전합의하에 자유투표방식을 수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자민련 또한 전략수정에 분주하다. 서리 떼는데 급급, 의장직과 임명동의안 '맞교환' 안까지 내밀었던 입장을 거둬들이는 중이다.

"원칙에 따라 국회의장은 여당이 맡아야 한다" 는 쪽으로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

다만 협상책임자인 구천서 (具天書) 총무가 한나라당 분위기를 의식, 조심하는 정도. 총리실측도 "당에 일임하겠다" 며 여유를 보인다.

가장 곤혹스런 측은 한나라당. 전반적인 전략수정이 불가피한 탓이다.

때문에 총리임명동의안 재투표를 수용하는 전제조건으로 국회의장 선출표결시 의원 각자의 의사에 맡기는 크로스보팅 방식을 요구한다는 복안이다.

한나라당이 이긴다는 보장은 없지만 다수당이란 이점에다 임명동의처리에 긴장해 있는 자민련을 부추기면 승산이 있다는 생각에서다.

상임위원장직은 의석비에 따른 배분원칙을 고수하되 협상을 통해 주요 상임위원장을 차지한다는 전략이다.

문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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