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한다고 풀릴 문젠가”각계 우려의 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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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14일 민주노총 금속연맹 산하 22개 노조가 예고대로 파업에 들어가자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가 또다시 막다른 곳으로 몰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민과 전문가들은 "근로자들의 생존권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금은 공생의 지혜를 찾아야 할 때" 라며 "파업이라는 힘 겨루기식 행동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을 크게 보고 정책적 대응을 하는 자세가 아쉽다" 고 입을 모았다.

참여연대 김기식 (金起式.33) 사무국장은 "정면충돌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유리할 것이 없다.

특히 현재와 같은 경제난 속에서 노동계가 정부와 심각한 갈등을 야기하면 사정은 더욱 악화될 뿐이므로 재고가 필요하다" 고 말했다.

金국장은 또 "정부도 노동자가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을 감싸줄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도 이번 파업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한국개발연구원 구본천 (具本天.34) 박사는 "현 시점에서 제1의 과제는 우리 경제와 기업이 얼마나 구조조정을 잘 해내느냐" 라며 "노동계의 이번 파업은 그 같은 목표로 나아가는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 말했다.

具박사는 특히 "노동계는 불법파업을 자구행위로 삼지 말고 정리해고 등의 명확한 기준제시를 요구하는 등 정책적 측면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이화여대 이철수 (李哲洙.39.법학) 교수도 "구조조정을 진행하는데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지만 노동계가 무조건 파업으로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려 해서는 곤란하다" 며 "경제난국 극복이라는 대의적 입장에서 국민과 정부.노동계가 서로 협력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시민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실직자인 임성수 (林誠水.38.서울서대문구아현동) 씨는 "파업으로 경기가 더 나빠지면 재취업이 힘들어진다.

파업한다고 상황이 좋아질 리 없는데 안타까운 일" 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서울 명동상가번영회 김재훈 (金在勳.52) 총무부장은 "생존권이 걸려있는 점은 이해가 되나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시점에서 파업은 경제에 암울한 구름만 드리울 뿐" 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경실련 조양호 (曺暘昊.27) 간사는 "벼랑끝에 몰린 노동계가 공감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며 "정부나 기업측에서 먼저 구조조정의 모범을 보여달라" 고 말했다.

김기찬.박현선.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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