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모토 이후의 일본]정권 누가 쥘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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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포스트 하시모토' 를 놓고 자민당내 주요파벌들이 물밑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자민당 주변에서는 '화합중시론' '인물본위론' 이 나도는 등 파벌마다 기선잡기가 한창이다.

최대 파벌인 옛 오부치파를 이끄는 오부치 게이조 (小淵惠三) 외상은 13일부터 표정관리중이다.

조직력에서 한발 앞서 있는데다 하시모토 류타로 (橋本龍太郎) 총리가 같은 파벌 출신이어서 괜히 먼저 나서다간 다른 파벌들의 견제를 부를 우려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오부치파는 "흔들리는 자민당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조용한 권력이양이 필요하다" 며 화 (和) 를 강조하고 있다.

또 다른 후보인 가지야마 세이로쿠 (梶山靜六) 전관방장관은 "건강이 따라주지 않는다" 며 일단 한발 뺐다.

당내 조직이 약한 가지야마가 나카소네 야스히로 (中曾根康弘) 전총리가 이끄는 구 와타나베 (渡邊) 파와 구 미쓰즈카 (三塚) 파 등 비당권파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시간벌기로 풀이된다.

나카소네는 "경제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능력에 따른 인물본위로 선택해야 한다" 며 오부치파에 제동을 걸고 있다.

자민당 내부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젊은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적.지역적 기반이 아직 약한 이들은 이번 선거 결과에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중의원이 해산돼 총선이 실시된다면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젊은 의원들은 다음 선거를 의식해 "민주당의 간 나오토 (菅直人) 대표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인물이 당의 얼굴이 돼야 한다" 며 의견을 모으는 중이다.

자민당의 최대 지지기반인 재계도 차기총리를 놓고 미묘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건설.제조업체들은 정치안정이 중요하다며 오부치 외상을 선호하는 반면 금융업계 쪽에서는 가지야마 대망론 (待望論) 이 확산되고 있다.

그가 총리가 되면 경기부양과 불량채권 해결에 재정자금을 과감히 투입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13일 이후 도쿄 (東京) 시장의 주가와 엔화시세는 가지야마 차기총리설 (說) 이 나돌면 급등하고, 오부치쪽으로 기울어졌다는 소문이 퍼지면 급락하는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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