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총선]민주화 갈림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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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캄보디아에 민주주의와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또 한번의 실험은 성공할 것인가.

국제사회는 93년 유엔 감시아래 치러졌던 첫 자유총선의 의미가 지난해 7월 훈센 현제2총리와 라나리드 전 제1총리 양대 세력의 무력충돌로 희석된 이래 오는 26일 처음 맞이하는 캄보디아의 독자적인 총선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총선은 훈센이 이끄는 인민당과 라나리드가 이끄는 훈신펙당이 맞대결했던 5년전의 구도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재정경제장관 출신의 삼 렌시가 훈신펙당에서 추방된 후 창당한 삼 렌시당이 선거 중반부터 '태풍의 핵' 으로 부상, 3파전의 양상을 띠고 있다.

삼 렌시는 훈센과 라나리드간의 해묵은 정쟁 (政爭)에 염증을 느끼는 국민을 파고들고 있다. 특히 인권침해.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 학생과 노동자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무응답이 64.6%인 가운데 삼 렌시당은 13.8%의 지지율을 보여 집권 인민당 (14.9%) 을 바짝 뒤쫓고 있다.

삼 렌시당은 막판 추격을 위해 대규모 지방유세를 벌이며 와해된 훈신펙당의 지방조직 흡수를 꾀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7월 무력충돌 이후 급격히 분열, 약화된 훈신펙당은 지지율이 5.4%에 그쳤다.

훈신펙당은 라나리드의 아버지 시아누크 국왕의 인기를 표로 연결해나간다는 전략이지만 라나리드의 정치력 부족에 대한 실망감이 팽배해 있어 만회가 쉽지 않다.

집권 인민당은 조직과 자금을 총동원한다는 전략이지만 캄보디아인들의 뿌리깊은 반 (反) 베트남 정서 때문에 베트남의 후원을 받고 있는 훈센으로서는 버거운 싸움이 아닐 수 없다.

현지 관측통들은 집권 인민당이 다소 유리하지만 어느 당도 과반수 확보가 불가능해 사실상 연립정부 구성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캄보디아 헌법은 국회의석의 3분의2를 획득지 못하면 단독정권을 구성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요 3당은 단독정권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 선거후 연립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물밑공작도 벌이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캄보디아에 권위적 통치에 익숙한 세력이 약해지고, 다양한 세력의 연합을 통해 민주주의의 토양이 재건될 수 있을 것인지 어느 때보다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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