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첨단 시스템이 만능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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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무인 속도감시카메라가 맹위를 떨친다.

경찰은 지난 1년간 32대로 50만건을 적발, 범칙금만 3백억원을 부과했다.

설치지점 앞뒤 1㎞내의 교통사고가 1년동안 건수로는 28%, 사망자는 60%나 줄었다.

위반차량 판별→차적 조회→고지서 발부를 1분만에 해치우는 세계 유일 첨단시스템 덕분이다. 경찰은 속도.버스전용차로.적색신호 위반만 뿌리 뽑으면 다른 법규위반은 따라서 준다며 희색이 만면하다.

주민도 대찬성이다.

밤낮으로 과속차량에 시달리는 국도옆 주민들은 앞다퉈 '카메라 설치' 를 진정할 정도다. 엉망인 교통질서를 단숨에 바로잡을 요술지팡이가 탄생한 듯 경찰은 흥분하고 있다.

그러나 비판도 있다.

사람이 내리던 '1~2회 위반에 면허정지 처분' 을 기계가 그대로 내리는 건 너무 가혹하다는 여론이다. 일부 운전자는 출두 회피로 '벌금 6만원+벌점 15점' 을 '과태료 7만원' 으로 때우는 편법까지 쓴다.

운영에도 허점이 있다.

카메라를 사고위험이 높은 곳보다 과속하기 쉬운 곳에 설치하는 '함정단속' 이라는 불평이 상당하다.

단속속도를 승용차기준으로 해놓고 (고속도로 시속 1백20㎞) 정작 위험한 특수차.화물차.버스는 안잡는다는 불만도 있다.

또 카메라는 버스전용차로로 끼어든 버스 비슷한 승합차량, 버스 뒤에 바짝 따라오거나 카메라를 피해 곡예운전하는 질 나쁜 운전자를 가려내지도 못한다. 이제 이같은 무인카메라가 전국 도로를 뒤덮는다.

경찰이 현재 1백50대인 카메라를 2002년까지 7천7백여대로 늘릴 계획이기 때문. 시내도로 곳곳은 물론 고속도로.국도엔 10㎞에 한대꼴로 설치될 전망이다. 그런데 사람중심의 법.제도는 아직 그대로다.

어디에 설치해야 하는지 뚜렷한 기준이 없이 무턱대고 기계만 늘리는 게 만능은 아니다.

지자체와 경찰청의 제각각인 운영체제도 낭비다.

수입금을 어디에 써야 할지, 또 수집된 정보를 다각도로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돼야 한다. 특히 중요한 건 기계가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하는 시스템은 안된다는 점이다.

음성직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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