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아팔루사,효성T&C 지분 전량매각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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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0일 미국계 아팔루사 펀드의 효성T&C 지분 전량 매각은 '우량사에 의한 부실사 흡수합병' 이란 국내 은행.기업의 구조조정 방식에 대해 외국인 주요 주주가 정면으로 반발, 실력행사에 나섰다는 점에서 커다란 파장을 던지면서 다른 기업의 구조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그 실력행사 방식이 주식매입 후 프리미엄을 노려 대상회사에 높은 가격으로 되파는 '그린메일' 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아직까지 그린메일에 대한 사례가 전무한 국내 증시에도 큰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아팔루사 펀드는 효성그룹이 지난달 11일 효성T&C.효성물산 등 4개사의 합병을 공식 발표한 직후부터 이에 대해 반대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아팔루사 펀드 회장인 데이비드 테퍼 회장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부실기업간 합병은 더 큰 부실을 낳는다" 며 효성T&C의 계열사 합병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합병을 추진하려는 효성측과 이를 반대하는 아팔루사 펀드간에 이견조율을 위한 모종의 협상이 있었으며 그 협상결과가 이날 아팔루사의 보유주식 전량 매각으로 나타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효성측이 계열사 합병을 쉽게 추진하기 위해 적정가격을 제시한 뒤 아팔루사 펀드의 효성T&C 지분을 사들였다는 해석이다.

효성그룹측이 발표 후 한달 가까이 지나도록 계열사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것도 아팔루사와의 협상이 종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효성 관계자는 "계열사 합병에 반대해 온 아팔루사 펀드가 이사회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등 까탈스럽게 나오면 합병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었다" 며 "아팔루사 주식을 모두 사들임으로써 복잡한 절차없이 계열사 합병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고 말했다.

이를 놓고 증시 관계자들은 효성측이 원활한 합병추진이란 대가를 얻기 위해 아팔루사 펀드에 프리미엄을 지불한 전형적인 그린메일로 해석하고 있다.

아팔루사 펀드의 효성T&C 주식 매입가는 평균 1만3천8백50원으로 이날 매각 가격 1만4천6백50원과의 차익은 약 11억원. 그러나 매입 당시와 지금의 환율을 감안하면 46억원 가까운 환차익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양측의 사전 가격협상 가능성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특히 효성측이 이날 매매에 앞서 효성물산을 통해 효성T&C의 주가관리에 주력, 효성T&C 주가가 최근 9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3배가량 폭등한 것은 양측의 협상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효성측이 최근 거래 증권사 창구를 통해 매각가격과 일정 등을 협상해왔다" 며 "5천원이던 효성T&C 주가가 9일만에 1만4천원을 넘어 아팔루사 펀드의 평균 매입가격을 웃돌 정도로 오르고 오르자마자 곧바로 보유주식을 전량 매각했다는 사실은 우연이라기엔 지나치게 공교롭다" 고 말했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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