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참사관 추방 모스크바 분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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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조성우 (趙成禹) 참사관 추방사건의 파장이 장기화하면서 사태의 배경에 대한 설명이 갈수록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건발생 1주일 동안 모스크바에서는 사태의 배경으로 ^민감한 사안을 건드린 한국측 정보기관에 대한 보복^4자회담 등 한반도문제에서 소외된 러시아의 반발^한국으로 치우친 한반도정책을 전환하려는 신호 등이 거론됐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정확한 사태원인을 설명하지 못해 오히려 상황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9일부터 모스크바 외교가 및 현지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국 정보기관에 대한 러시아 관련기관의 불신과 반발이 사태의 배경이라는 해석이 부상하고 있다.

카네기 연구센터 모스크바 분소의 드미트리 트레닌 박사는 "러시아 정보기관은 한국측이 너무나도 뻔뻔스럽게 (too brazenly) 행동하는 데 대해 격분했을 수 있다.

앞으로 한.러관계는 정체단계로 접어들 것" 이라고 9일 말했다.

또 한 정통한 소식통도 10일 "사건의 진짜 배경은 趙참사관이 수집한 정보나 수행한 역할 때문이 아니라 한국 정보기관이 러시아의 체면을 손상시킬 '민감한 사안' 에 접근한 탓" 이라며 "한.러관계의 미래를 위해 양국이 갈등을 확대시키지 말고 문제를 수습해야 할 것으로 본다" 고 지적했다.

한편 러시아의 네자비시마야 가제타지는 10일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둘째딸인 타티야나 디야첸코까지 한국 안기부의 공작대상이었을 수도 있다" 고 보도, 한국 정보기관이 권력 깊숙이 선을 대려 한 것이 러시아측을 자극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 정보기관이 그녀에게 관심을 집중시키는 시점에 한 한국기업의 모스크바 사무소가 타티야나의 주변 인사와 접촉한 것도 사태를 악화시킨 한 원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한국 정보기관의 최고위층 인사에 대한 공작부분을 언급하고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한.러관계가 미국.일본.중국 등과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이고^4자회담이나 기타 국제사안에서 한국이 러시아를 홀대한 측면이 없지않고 한국과의 경제협력이 중국 등과 비교할 때 지나치게 미약한 데 대한 서운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모스크바 = 김석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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