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쓰레기 더미서 춤춘 무용극 창시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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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쓰레기 더미 위에서 춤을 췄던 그가 결국 땅으로 돌아갔다.

20세기 현대 무용의 혁명가 피나 바우슈(사진)가 별세했다. 69세. 그가 소속된 독일 부퍼탈 무용극장측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그의 사망소식을 전하면서 “ 불과 닷새 전 암 진단을 받았지만 치료를 하기엔 너무 늦은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바우슈는 형식과 내용 모두에서 기존 무용 개념을 완전히 바꾼 혁신가였다.

1940년 독일 부퍼탈 인근 졸링겐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50~60년대 만개한 독일 표현주의의 계승자였다. 공포·불안·광기 등 인간 내면 심리에 천착한 그는 이를 무용 언어로 전환시켜 관객을 충격에 빠뜨렸다. 무용은 아름답고 우아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바우슈에 의해 산산히 조각나기 시작했다.

몸짓만으로 표현하는 데 한계를 느낀 그는 무용에 여러가지를 섞었다. 연기·마임·음악 뿐만 아니라 회화·영상·디자인 등 입체적 요소가 가미됐다. 정형화된 세트를 거부하고 현실적인 무대를 고집한 그는 무대 위로 물을 끌어다대는 건 물론, 쓰레기 더미를 그대로 옮겨오기까지 했다. 70년대부터 현대 무용의 가장 큰 흐름이 된 ‘탄츠테아터’(Tanztheater·무용극)는 그의 창작물이었다.

한국과의 인연도 각별하다. 80년대 후반부터 그는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각국의 문화와 도시의 풍경을 담아내는 ‘도시 연작 시리즈’를 진행했고, 2005년엔 한국을 소재로 한 ‘러프 컷’(Rough Cut)을 공연했다. 그는 공연 당시 “한국인들에게서 느껴지는 잠재력·빠르게 판단하고 실행하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며 “한국은 참 열정적이고 따뜻한 나라”라고 언급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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