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인 윤달 액운說 비과학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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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윤달은 액 (厄) 이 없는 달인가, 아니면 액이 낀달인가.

음력 5월 윤달이 시작된지 10여일. 윤달의 실체와 그 의미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흔히 윤달에는 액운이 없어 '수의 (壽衣) 를 사두면 좋다' 는 말이 전해온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윤달을 덤으로 주어진 '공달' 로 생각, 결혼.이사.출산등을 기피하는 현상도 있다.

윤달을 액과 연결시키는 이같은 속설들은 대부분 사주팔자를 중시하는 명리학에서 유래된 것. 하지만 윤달 그 자체는 해와 달의 순환 (공전.자전) 이라는 천체현상에서 비롯됐다.

때문에 윤달과 관련한 이런 속설의 허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윤달의 과학' 을 알 필요가 있다.

이번 윤달은 95년 윤8월 이후 거의 3년만의 일. 윤달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양력과 음력의 차이 때문. 지구가 태양을 완전히 한 바퀴도는데는 약 3백65일이 걸리지만 음력 12달은 3백54일로 11일 정도의 차가 있다.

중국에서는 고대 주나라때부터 이 차를 보정하기 위해 19년에 7번의 윤달을 둬왔고, 한국등도 지금까지 이를 따르고 있다.

7번의 윤달은 중기 (中氣)가 없는 달에 두는 것이 원칙. 중기란 24절기중 춘.추분, 하.동지등 12개를 가르킨다. 예컨대 이번 윤5월은 중기인 '대서' 가 들어있지 않은 달이다.

결국 이같은 윤달 만들기가 시사하는 것은 월 (月) 이 천체에서 태양.지구.달의 절대위치를 가르키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 따라서 이같이 인위적으로 정해지는 윤달을 두고 액이 있고 없고를 논하는 것은 비과학적이라는 게 천문학자들의 견해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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