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는 공기업]정부'공기업 민영화'배경과 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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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일 발표된 11개 공기업 민영화 방안은 부작용에 대한 배려보다 과감한 매각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포항제철.담배인삼공사.한국중공업.한국통신 등 4대 공기업의 경우 2001년 안에 경영권까지 민간에 완전히 넘겨주기로 했다.

경우에 따라선 외국인이 주인이 될 수도 있게 됐다.

논란이 됐던 5대 재벌의 참여에 대해서도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국가 기간산업을 민간기업이나 외국인에게 넘겨주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지적도 있지만 민영화를 통해 얻을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고 본 것이다.

과거 공기업 민영화 방안이 '판다' 는 원칙만 있고 구체적인 매각방법이나 시기는 정하지 않아 흐지부지 됐던 것에 비하면 이번 민영화 방안은 연차별로 구체적인 매각계획과 절차까지 명시됐다.

정부가 정부지분의 과감한 매각으로 방향을 잡은 데는 '돈' 이 절실히 필요한 현실적 여건도 작용했다. 금융.기업 구조조정과 실업대책 등 돈 쓸 곳은 널려 있으나 재원을 마련할 곳은 마땅치 않은게 현실이다.

정부는 내년 말까지 11개 공기업 민영화로 60억~80억달러 정도의 외자유입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순수하게 정부수입으로 들어오는 돈은 ^올해 1조~1조2천억원^내년 3조원 정도로 예상돼 어려운 재정에 상당한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관.기업들이 무더기로 퇴출되고 있는 것도 공기업 민영화의 강도를 높이는 요인이 됐다.

민간기업은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당하고 있는 판에 공기업만 현행 체제를 그대로 끌고가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종 방안이 나오기까지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우선 해당 공기업은 물론이고 소관 정부부처까지 온갖 방법을 다 동원, 민영화 저지에 나섰다.

지난달 30일로 예정됐던 1차 민영화 발표가 3일 늦춰진 것도 포항제철과 담배인삼공사 민영화 방안을 둘러싼 부처간 이견 때문이었다.

이번 일정에 따르면 2001년 이후에는 통신.담배.철강.가스산업이 본격적인 경쟁체제로 전환된다.

이에 따라 국내외 기업들 간에 공기업 인수전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며 결과에 따라 업계판도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도 많다. 무엇보다 기획예산위가 발표한 민영화 방안이 실무절차 과정에서 제대로 이행될지 미지수다.

실무절차는 해당 공기업과 소관 정부부처가 집행키로 했으나 이들이 현실여건을 핑계로 차일피일 미룰 경우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민간 독점의 폐해도 풀어야할 과제중 하나다.

특히 통신.전력.가스.철강산업 등은 다른 산업이나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정부는 요금.서비스 조건 등을 규제할 감시기구를 따로 둔다는 복안을 갖고 있으나 치밀한 사전 대책마련은 미흡한 실정이다.

노조 설득도 문제다.

앞으로 민영화 과정에서 대량 감원 등 구조조정이 진행될 경우 노조의 반발도 더 거세질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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