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은행 손실]정부-인수은행 돈수혈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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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퇴출은행 직원들의 반발로 5개 부실은행의 인수가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정부가 제시한 인수조건에 인수은행들이 강력히 반발해 인수계약 체결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인수은행들은 정부가 퇴출은행의 인수과정에서 생기는 손실을 무리하게 인수은행에 떠넘길 경우 인수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한미.하나은행 등 합작은행들은 정부측의 요구에 따라 일방적으로 불리한 인수계약 (가계약) 을 체결할 경우 외국주주들의 반대로 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못하고 결국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인수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현재 진행중인 퇴출은행의 인수작업에 대한 법적 근거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가장 논란이 되는 대목은 퇴출은행에서 넘겨받는 부채가 (우량) 자산을 초과하는 데 따른 손실을 메우는 방법. 인수은행들은 정부가 당연히 무상으로 출연해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정부는 증자참여를 통한 출자를 고집하고 있다.

인수은행측은 정부출자의 경우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효과는 있지만 손실은 전혀 보전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 경우 퇴출은행 인수에 따른 손실은 고스란히 인수하는 우량은행의 부담으로 남게 되고 손실에 대한 회계처리를 위해서는 인수은행 자본금의 감자 (減資)가 불가피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포함한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인수은행의 손실보전은 특히 당초 금감위가 제시한 인수조건에는 정부출연으로 돼 있던 것이 재정부담을 꺼리는 기획예산위와 재정경제부의 반대로 출자방식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져 정부내에서조차 퇴출은행 정리에 일관성을 잃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정부가 제시한 출자방식도 논란거리다. 인수은행은 "유동성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손실을 현금으로 메워달라" 고 요구하는 반면 정부는 "예금보험기금채권 현물로 받아 가라" 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한국개발연구원 (KDI) 은 "현금지원을 위해서는 한국은행외에 연기금이 적극 나서 공채를 인수해야 한다" 며 "50조원의 공채 가운데 연기금 이 12조원 어치를 인수하고 해외차입 14조원, 한은 인수 6조원 등 모두 32조원을 현금으로 확보하는 한편 18조원만 금융기관에 현물로 넘겨야 한다" 는 의견을 재경부에 제시했다.

김종수.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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