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도 망한다]은행경영평가위원회 평가 바뀐 내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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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금융감독위원회가 은행경영평가위원회의 의견과 달리 대형은행에 엄격한 자구계획을 부과한 것은 은행에 대한 금감위의 불신감이 상당히 작용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경평위는 조흥.상업.한일.외환은행에 대해서는 승인을 건의했으나 금감위가 이를 조건부 승인으로 바꿨다.

원래 경평위도 경제상황에 따라 이들 4개 은행의 자구계획이 틀어질 수도 있으므로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좋겠다는 단서조항을 달아놓았다.

금감위는 이 단서조항을 훨씬 강도 높은 자구계획으로 수정해 경영개선 이행계획 제출을 명령한 것이다.

이헌재 (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은 이에 대해 "대형은행들은 대기업 거래가 많아 경기상황에 따라 부실이 급속히 늘 수 있어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요구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현상태로 풀어두면 나중에 부실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초기단계부터 바짝 고삐를 죄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조치는 대형은행간의 자율적인 합병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강력한 제재수단을 통해 인위적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도 배경에 깔려 있는 듯하다.

경영진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요구한 것도 합병의 기반 다지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또 경평위가 퇴출시키자고 한 평화은행에 대해서는 '근로자은행' 이란 점을 감안해 일찌감치 제외시켰다.

금감위는 경평위의 건의가 나오기도 전에 국제결제은행 (BIS) 자기자본비율을 조건부로 완화시켜 드러내놓고 평화은행을 구제해준 것이다.

이에 대한 대가로 금감위는 국제업무와 대형 기업여신을 금지시켰지만 평화은행은 원래부터 이 업무에서는 손을 떼고 있었다.

이 때문에 금융계에서는 퇴출 기준의 형평성이 흔들렸다고 꼬집고 있다.

금감위는 그러나 평화은행은 ^자산이 부채를 초과해 법적으로 퇴출시킬 수 없었으며 ^거액 여신과 국제업무를 하지 않는 은행은 위험도가 낮아 굳이 일반은행과 같은 수준의 BIS규제가 필요없다고 해명했다.

또 95.49%의 감자를 명령해 은행 부실에 대한 주주들의 책임을 물었으므로 근로자 주주를 의식한 특혜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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