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 “폭력 없었다…구단이 내 자존심을 뭉갰다”

중앙일보

입력

이천수가 최근 중동 이적설로 전남 구단과 잡음을 일으킨 후 처음으로 언론에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이천수는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전남이 나의 자존심을 짓밟았다”며 “내가 잘못한 부분은 욕을 먹겠지만 전남도 계약을 잘못한 부분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천수와 스포츠조선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어떻게 하다 일이 이 지경까지 왔나.

“처음부터 잘못된 계약이었다. 그때 전남과 계약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번에도 나의 일은 잘 풀리지 않고 꼬였다.”

-이적하겠다는 마음을 굳혔나.

“이제는 떠날 수밖에 없다. 구단과의 신뢰가 깨졌다. 전남이 나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나는 처음 연봉을 위임하고 월봉을 받지 않으면서 부활을 기다려왔다. 하지만 전남은 도를 넘어 도중에 내가 떠날 것을 대비해 위약금 조항에도 내게 사인할 것을 요구했다. 나는 하지 않았고, 결국 선수 등록 마감일이 다가오자 대리인이 사인하고 말았다.”

-그동안 왜 가만 있었나.

“나는 말이 많아 팬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그래서 운동만 열심히 하고 싶었다. 그런데 전남은 나를 일방적으로 나쁜 사람으로 만들었다. 내가 잘못한 부분은 욕을 먹겠다. 하지만 전남도 계약을 잘못한 부분을 책임져야 한다.”

-전남 김봉수 코치에게 주먹을 날렸나.

“김 선생님이 유리컵을 던졌다. 나는 피했다. 그런데 유리컵의 파편에 전남 통역이 눈 주위를 맞고 찢어졌다. 그 과정에서 나는 몰려드는 선수와 코칭 스태프를 피했다. 일부에서 이 광경을 보고 주먹다짐을 벌였다고 말하는 것이다.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벌어진 일이라 어린 선수들까지 다 봤다. 나는 주먹을 날리지 않았다.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뿐이다. 결국 페예노르트에서 보낸 사람과 짐을 싸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왜 전남의 포항 원정에 가지 않았나.

“오른쪽 사타구니가 좋지 않았다. 구단 의료진도 다 알고 있는 사항이다. 그 부분을 박항서 감독님께 말씀드렸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 감독님은 안 뛰어도 좋으니까 같이 가자고 했다. 그래서 안 뛸 거면 다른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게 좋겠다고 했다. 그후 감독님은 더 이상 나와 얘기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래서 노상래 코치, 하석주 수석코치와 차례로 얘기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페예노르트에서 전남 구단에 보낸 팩스에도 경기 출전을 자제해달라는 부분이 있나.

“두 번째로 온 팩스에 보면 이적 과정에서 지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경기를 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부분이 명시돼 있다.”
-이천수 측과 페예노르트가 사인했다는 연봉 9억원보다 조금이라도 많은 금액을 제시하는 구단이 나오면 무조건 수용한다는 조건이 실제로 존재하는 건가.

“처음 이적 제안이 오고 박항서 감독님이 구단으로부터 다칠 수도 있다고 해서 배려하는 마음으로 페예노르트 구단의 양해를 얻어 그 조항을 (자의적으로) 만들었다. 그냥 이적하겠다고 했으면 됐는데 일부러 없는 조항을 있는 것처럼 얘기한 것은 잘못한 일이다.”

-오늘 인터뷰가 모두에게 피해가 될 수 있는데.

“조용하게 일을 처리하고 싶었다. 그런데 전남은 나에게 위약금을 받으려고 안달이 나 있다. 난 위약금을 물 책임이 없다. 위약금은 내가 받은 돈도 아니다. 구단과 대리인이 서로 사인을 주고 받아놓고 이제 와서 가겠다는 나에게 달라고 하는 게 말이 되나. 구단은 나를 배은망덕한 인간으로 만들었다. 이제 가만 있을 수 없다. 계약의 전모를 밝힐 수밖에 없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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