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되판다 … 금호아시아나, 자금난 숨통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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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자금난 해소를 위해 6조4000여억원을 주고 샀던 대우건설을 되팔기로 했다.

금호아시아나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주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 등과 협의해 대우건설을 매각하기로 했다”며 “보유 지분 전량(재무적 투자자 39%+그룹 보유 33%)을 팔거나 ▶지분 50%+1주를 양도하거나 ▶투자자 보유지분(39%)에 경영권을 얹어 양도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자금난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이달 초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에 대우건설 지분에 대한 ‘풋백옵션’을 해소하기 위해 제3의 투자자를 유치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결국 ‘대우건설 매각’으로 선회했다.

금호아시아나의 장성지 전무는 “ 이들 제3의 투자자가 내놓은 제안이 그룹의 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고 보고 다른 방안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는 2006년 6월 대우건설 주식 72%를 주당 2만6262원에 사면서 재무적 투자자에게서 3조5000억원을 지원받았다. 금호아시아나는 당시, 대우건설 주가가 올 연말까지 주당 3만1500원이 안 될 경우 내년 6월까지 차액을 메워 되사 주기로 하는 풋백옵션 계약을 했다. 현재의 주가 수준(26일 현재 1만2850원)이 연말까지 유지될 경우 금호아시아나가 이 계약을 이행하려면 4조원의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금호아시아나의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도 이날 대우건설 매각 방안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익명을 요청한 산업은행 관계자는 “사모주식펀드(PEF)를 만들어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방안과 제3자에 대우건설을 파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며 “풋백옵션의 원만한 처리가 매각 방식을 결정짓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재우·김영훈 기자

◆풋백옵션=부동산이나 주식의 일부 또는 전부를 인수한 투자자가 일정 시점 뒤 투자를 받은 측에 미리 약속했던 가격에 되사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 미래의 인수 시점에 자산가치를 정확히 산출하기 어렵거나 자산가치 하락이 예상될 경우 손실을 보전해 준다는 측면에서 많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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