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박한 은행퇴출]로비 불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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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리대상 부실은행 선정작업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부실은행들은 정리대상에서 빠지기 위해 구명운동에 나섰고 우량은행들은 마음에 드는 곳을 고르기 위해 뛰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과 지역정서가 끼어들고 우량은행의 외국인주주들도 입장표명을 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이미 윤곽을 드러낸 결론을 공식화하는 데 상당한 난산 (難産) 을 겪고 있다.

충북은행의 경우 은행장과 노조위원장이 청와대에 건의문을 발송해 "충북은행의 경우 규모가 작아 합병에 의한 긍정적 효과보다는 지역경제의 혼란이라는 역효과가 클 것" 이라고 주장했다.

또 충청은행도 대전지역의 경제사정을 회생의 명분으로 내세웠고, 동화은행은 실향민의 은행이라는 특수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동남.대동은행도 "부실은행 선정이 객관적이고 투명한 기준에 의하지 않을 경우 승복하기 어렵다" 고 밝혔다.

이런 이유와 명분들이 정치권을 통해 금융감독위원회와 경영평가위원회에 전달되고 있어 혼선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량은행들은 가급적 상태가 좋은 은행을 인수하려 노력하고 있다.

은행장이 이헌재 (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에게 직접 전화해 "기왕이면 좋은 곳을 달라" 고 부탁한 곳도 있다.

한 우량은행의 외국주주는 부실규모가 작고 영업망이 넓은 특정 지방은행을 골라 "이곳 아니면 인수가 곤란하다" 는 의사를 정부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두 대형은행은 지방에 본점을 둔 한 후발은행에 대해 "부실이 너무 커 인수할 수 없다" 고 서로 미루는 바람에 짝짓기가 정해지지 않고 있다.

금감위는 당초 정리대상 부실은행을 고르기만 하고 어느 곳으로 인수시키느냐는 우량은행의 자율에 맡기려고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의견일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예고된 발표시기까지 자율적인 짝짓기가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금감위가 직권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또 금감위는 부실은행을 인수하는 우량은행에는 파격적인 지원을 해 절대 손해가 가지 않도록 해준다고 누차 강조했다.

예금도 업무정지와 관계없이 계속 지급해주고 이에 필요한 자금도 지원해주기로 했다.

특혜라는 지적을 감수하고라도 부실은행 인수작업을 빨리 마무리짓겠다는 것이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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