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사랑의 노래…'본선 뇌성마비 장애인 감동 합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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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윤혜원 (26.여).이은주 (여.25) 씨. 뇌성마비 1급장애인인 두사람은 25일 저녁 여의도 KBS홀에서 KBS와 대한생명 공동주최로 열린 장애인 가요제전 '사랑의 노래 마음의 노래' 무대에 올랐다.

96년부터 열린 이 대회에 뇌성마비 장애인이 본선에 오른 것은 처음. 한눈에도 불편함이 드러나는 두 사람이 휠체어에 몸을 싣고 있는 모습은 턱 숨을 멎게 했다.

그래선지 다른 팀이 나올 때와는 달리 관객들조차 환호 대신 침묵…. 노래가 시작됐다.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 였다.

말조차 힘들게 더듬어가며 하는, 그런 사람의 노래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자연스런 소리가 퍼졌다.

하지만 자꾸만 일그러지는 표정. 그 힘겨움 속에는 표현하기 어려운 열정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세상이 우리를 힘들게 하여도 우리 둘은 변하지 않아" 라는 가사는 두사람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다른 팀들처럼 화음을 섞지 않은 멜로디는 가식없이 방청객들의 가슴을 때렸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커다란 박수가 터져 나왔다.

1백70팀이 참가한 예선을 넘어 당당히 15팀이 겨루는 본선에 오른 그들의 의지를 향해 모두의 마음을 던지는 것 아니었을까. 결과는 당당히 인기상!

중증 장애인 요양시설인 창인원 (경기양평군단월면)에서 8년간 같이 생활하는 두사람. 평소에도 함께 노래를 즐겨 부르던 이들은 지난해 이 대회에 참가했다가 예선 탈락했다.

주위에서는 올해 대회에 한번 더 나가보라고 권유했다.

그러나 지난해 떨어지고 실망했던 기억에 한동안 머뭇거렸다.

용기를 내어 연습을 시작한 것이 지난 4월. 곡은 이씨가 제안했다.

"가사가 한없이 좋았거든요. " 연습은 시작됐지만 이씨의 마음을 짓누르는 것이 있었다.

IMF로 운영하던 업소가 부도나 몸을 피한 아버지, 그리고 중풍으로 드러누운 어머니. 그래서 가끔 한살 많은 윤씨에게 "언니, 이번에도 안될 것 같아. 그만하자" 고도 했다.

그때마다 윤씨는 "우리, 아니 너는 할 수 있어" 라며 용기를 북돋웠다.

자신들이 노래를 마치고 사회자가 인터뷰를 위해 마이크를 들이댔을 때 이씨는 울먹이며 크게 외쳤다.

"기뻐요. " 그러나 정작 상을 받을 때는 무덤덤했다.

그래, 영원한 아픔은 없는 거야. 대상은 '대답없는 너' 를 부른 신규철 (30.충북청주시) 씨에게 돌아갔다.

'사랑의 노래…' 는 다음달 4일 저녁7시30분 KBS1에서 방송된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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