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정 한척에 쩔쩔…” DJ 화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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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화났다. 70t짜리 북한 잠수정 하나를 놓고 며칠간 쩔쩔맨 군의 인양.예인작전 때문이다.

천용택 (千容宅) 국방장관.임동원 (林東源)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金대통령에게 꾸지람을 들은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이들은 현장의 판단을 바탕으로 "곧 잘될 것" 이라고 보고했다가 자꾸 어긋나자 金대통령으로부터 싫은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金대통령이 못마땅해 하는 까닭은 여러가지라고 한 청와대 관계자는 밝혔다.

첫째는 말 그대로 한심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그만 잠수정 하나를 신속하게 예인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질질 끌고다니다 바다 밑으로 빠뜨려 버린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바람에 승조원 생포 가능성이 사라져 사건 진상 파악에 결정적인 어려움이 발생했고, 북한이 승조원 사망문제를 따질지도 모르는 등 되레 공세를 펼 가능성마저 생겨 심기 (心氣)가 불편하다는 소식이다.

게다가 군의 '구멍' 은 '대북 햇볕정책' 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래저래 기분이 안좋다고 한다.

金대통령은 그동안 햇볕정책은 강군 (强軍) 을 바탕으로 한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군의 실수 때문에 '강군' 이란 말을 꺼내기가 무색해진 상황이다.

金대통령은 그래서 잠수정 처리 관련자들에 대한 문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잠수정 조사가 끝나는대로 군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을 찾기로 한 것이다.

그래야 강력한 군대를 얘기할 수 있고, 햇볕정책을 더 한층 내세울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문책의 칼날이 千장관에게까지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측 얘기다.

千장관을 경질할만큼 중대한 과오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 경우 여야간 치열한 입씨름이 예상된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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