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다음 달 교황 회동 ‘낙태·줄기세포’ 갈등 풀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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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10일 바티칸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만난다고 AP통신 등이 24일 보도했다. 백악관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다음 달 8일부터 이탈리아 라퀼라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바티칸을 방문해 교황을 예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교황청 대변인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도 다음 달 10일 오후에 오바마 대통령이 교황과 회동할 수 있음을 미국 측에 통보했다고 이날 밝혔다. 오바마는 대통령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11월 베네딕토 16세와 전화통화를 한 적이 있지만 직접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양측의 갈등 관계를 어떻게 해소할지를 놓고 이번 회동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양측은 낙태·줄기세포 연구 등에서 상반된 입장을 보이면서 긴장 기류를 형성해 왔다.

오바마가 취임 직후인 1월 낙태 옹호단체들에 대한 정부 지원을 허용하자 교황청은 “오만하다”며 비판했고, 백악관이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연방정부 예산을 투입할 수 있게 한 것에도 반대했다. 교황청은 4월 오바마가 임명하려던 교황청 주재 미국대사 후보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둘의 만남이 긍정적일 것이란 관측도 있다. AFP통신은 “교황청이 4일 오바마 대통령이 이집트 카이로에서 이슬람에 보낸 환영 메시지를 강력히 지지했고, 베네딕토 16세 역시 지난달 팔레스타인을 방문해 무슬림에 화해의 뜻을 표명했다”며 대이슬람 정책에서 두 사람의 입장이 일치한다고 전했다.

유에스뉴스 앤드 월드리포트는 “교황과 오바마 모두 최근의 글로벌 경제 문제 해결책으로 ‘경제윤리 향상’을 꼽고 있다”며 “이번 만남이 베네딕토 16세가 7월 발표하는 경제에 관한 회칙 발표 직후에 열리게 된다는 점에서 경제 문제에 대한 양측의 공감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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