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한다 출석부로 치자 선생님 뺨 때린 과학고생 “정당방위” 주장 소송 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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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난해 11월 모 과학고 2학년이던 A양은 조기 졸업을 위한 줄넘기 및 왕복달리기 시험에 늦게 도착했다. 40대 교사인 B씨는 차례를 기다리라고 했으나 A양은 자신이 호명되지 않자 B씨에게 “왜 안 부르는데…”라고 반말을 하며 앞을 가로막았다. B씨는 다른 학생들의 시험에 방해가 되니 비키라고 했지만 A양이 계속 말을 듣지 않자 출석부로 A양의 머리를 한 대 내리쳤다. 그러자 A양은 B씨의 뺨을 때렸다. 격분한 B씨는 A양을 마구 때려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혔다. 학교는 A양에게 ‘교사지도 불응 및 폭행’을 이유로 6일간의 특별 교육을 받으라는 징계를 내렸다. A양은 징계를 받아들이긴 했지만 “교사를 때린 것은 부당한 지시 및 폭행에 대한 정당방위”라며 징계를 무효로 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성지용)는 대학생이 된 A양이 출신 고교를 상대로 낸 징계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B씨가 A양을 출석부로 때린 것은 잘못이지만 A양이 교사의 뺨을 때린 것은 정당한 행위라거나 정당방위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비록 A양이 교사로부터 심한 폭행을 당해 중상을 입었다고 해도 징계처분이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A양이 지난해 9월에도 체육수업에 늦게 도착해 B씨와 실랑이를 벌이다 B씨를 때려 징계를 받은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징계처분이 가혹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A양에게 고소를 당한 B씨는 폭행 혐의가 인정돼 벌금 300만원에 약식 기소됐으며 학교로부터 경고 조치도 받았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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