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태안 천리포수목원 관광도로 건설로 훼손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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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세계적인 '식물보고 (寶庫)' 로 평가받고 있는 충남태안 천리포수목원이 관광도로 건설로 훼손 위기에 처해 있다.

충남태안군은 올해말까지 2억4천만원을 들여 소원면의항리 수목원 입구에서 천리포까지 길이 8백m, 폭 8m의 도로를 내기로 하고 땅 보상작업을 진행중이다.

계획에 따르면 수목원의 경우 정문을 중심으로 총길이 2백m, 폭1~5m, 총면적 7백12평이 도로부지로 편입돼 있다.

도로 편입예정 지역은 연못을 포함해 특히 식생이 발달한 지역으로 40종 60여그루의 나무 이식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식해야할 나무 가운데 큰미주산사.미주산사.사과산사.큰가시산사.미주애기등.딤폴버들.밤해당화 등 10여종은 식물도감에도 없을 정도의 희귀수종. 이중 20년생 밤해당화는 국내에 2그루 밖에 없으며 사과산사는 유럽산사와 나도산사의 교잡종으로 호랑이와 사자의 교잡처럼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희소가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목원측은 "관광개발을 명목으로 국가적 중요 관광자원인 희귀식물이 훼손될 위기에 처해 있다" 며 "수목원을 피해 다른쪽으로 도로를 내줄 것" 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태안군은 "수목원측의 주장에 타당성이 있음은 인정한다" 며 현장 재조사 등 재검토작업에 들어갔다.

천리포수목원은 미국서 귀화한 민병갈 (閔丙갈 (풀초변에渴).78) 씨가 30여년간 사재를 털어 가꿔온 아시아 최대의 개인 수목원. 97년 세계목련학회, 98년 4월 세계수목학회, 98년 6월 세계호랑가시학회 등 식물관련 세계적 학술회의를 잇따라 유치할 정도로 세계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충남도가 계획하고 있는 2002년 세계꽃박람회의 핵심 장소이기도 하다.

태안 = 이석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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