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연구실적 학점화제도'도입으로 교사들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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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교사 경력 19년중 14년간 고3을 맡아 온 경남진주시 M고교 黃모 (42.국어) 교사는 요즘 잠못 이루며 고민하는 밤이 많다.

교육부가 지난3월 '교원 연수.연구 실적 학점화 제도' 를 도입, 연수.연구 실적을 점수화해 진급과 보수의 기준으로 삼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점수를 딸 경력이 전혀 없다.

주로 고3을 맡아 와 연수기회가 돌아와도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각종 연수가 주로 방학때 실시돼 입시를 앞둔 고3생들의 보충수업에 매달리느라 "가보고 싶다" 는 말조차 꺼내 보지 못했다.

2천년부터 이제도가 본격 시행될 경우 사립과 벽지학교 교사들도 상대적으로 불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수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사립학교의 경우 지금껏 주로 공립학교에 배정되고 남은 연수 정원을 받아 와 연수를 받는 교사들의 수가 공립의 30~40% 밖에 안된다.

벽지학교인 경남의령 J초교의 경우 학생수 30여명에 교사 3명에 불과, 교사들은 연수를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 일직 등으로 학교를 비울 수 없기 때문이다.

담당과목에 따라 예상되는 학점차도 일선교사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부분.

과학.영어과목 등 교사들은 각종 연구대회 참가와 어학능력 검증등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은 반면 가정.국어 등 과목은 이같은 기회가 거의 없다.

이렇게 되자 요즘 교사들이 서로 연수가겠다고 나서 학교마다 이를 조정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경남하동 K고교의 경우 여름방학 동안 국어.화학 등 3과목 일반연수에 3명의 정원이 내려 왔으나 지원자는 20여명이나 돼 대상자 선정과정에 진통을 겪었다.

대구 D고교는 이번 여름방학 연수에 참가하겠다고 신청한 교사가 전체교사의 40%에 이른다.

지난해는 10%밖에 되지 않았다.

부산B고교 교장은 "교사는 대학교수와는 다르다" 며 "교사의 자질은 연수실적에 따른 점수보다는 교실에서 학생을 잘 가르치는 것으로 평가되는 것이 옳다.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 고 주장했다.

경남도교육청 김수영 (金洙榮) 중등교직과장은 "시행에 대비, 교사들의 연구.연수실적을 인사기록카드에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며 "연수대상기관과 기회를 대폭 확충, 연수를 희망하는 교사들의 불이익이 최소화되도록 하겠다" 고 말했다.

◇ 교원 연수.연구실적 학점화제도란 = 교육부가 교사들의 연구의욕을 높이고 자질을 평가하기 위해 지난 3월 '교육 공무원 인사사무 처리 규칙' 을 개정하면서 도입했다.

교사들의 연구실적과 자격증 취득여부에 따라 학점을 매겨 앞으로 월급도 이를 기준으로 차등화 할 예정이다.

학위.자격취득, 연수이수, 연구활동, 수상실적 등이 있어야 학점을 받을 수 있다. 15시간 연수에 1학점씩 주어지며 기능사자격증은 3학점, 기술사자격증은 10학점을 받는다.

부산.대구.창원 = 김상진.정용백.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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