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 소득, 서독의 70%…베를린장벽 붕괴 20년 경제 장벽은 여전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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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독일의 각 분야에서 활동 중인 파워엘리트 2341명 중 동독 출신은 272명으로 전체의 11.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군사 분야 엘리트 135명과 법조계 42명 가운데 동독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이 같은 사실은 국가정보원이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1989년 11월 9일) 20년을 앞두고 22일 펴낸 『통계에 나타난 독일 통일 20년』 자료집을 통해 파악됐다.

이에 따르면 정치 분야의 영향력 있는 인사 499명 중 동독인 비율은 160명으로 32.1%였다. 하지만 문화 분야는 101명의 파워엘리트 중 동독인이 13명으로 12.9%였고, 학술 부문도 164명 중 동독 출신이 12명으로 7.3%에 머물렀다. 경제 분야 249명 가운데는 동독 출신은 한 명에 불과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옛 동독의 군 고위인사나 경제인이 통일독일에서 설 자리가 없었음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말했다.

동·서독 지역 간 경제수준이나 소득격차도 좀체 좁혀지지 못하고 있다. 91년 동독 지역의 1인당 국민소득(GDP)은 7330유로(현재 환율로 1297만원)로 서독 지역의 2만1841유로(3750만원)의 33.5%였다. 이런 비율은 이듬해 41.2%, 93년 50.5%로 급증했다. 하지만 95년 60.5% 수준을 기록한 뒤 2007년 67.2%에 머물러 13년 동안 70%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낙후한 동독 경제를 서독 수준으로 맞추는 게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통독은 91년부터 2003년 사이 통일비용으로 모두 1조2800억 유로를 썼다.

‘5~10년 뒤 미래가 걱정스럽냐’는 질문에 95년에는 동독 출신 29%가 동의했으나 지난해에는 46%가 동의해 불안감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렇지만 이런 실태에도 불구하고 ‘통일에 의해 동독 개혁이 이뤄졌고 다른 대안이 없었다’는 점에 72%가 동의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독일 통일 20년의 명암을 통계수치로 볼 수 있는 자료”라며 “남북통일 대비와 관련 연구에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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