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자민련]내각제 '속감춘'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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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야 대치의 축이 돼온 '지역연합 확대론' 이 소강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이번엔 국민회의와 자민련 사이에 '내각제추진 시기' 를 놓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포문은 조세형 (趙世衡)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이 열고 김용환 (金龍煥) 자민련 부총재가 바로 맞받아쳤다.

趙대행은 10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각제 개헌문제는 2년후인 15대 국회말이나, 아니면 5년후인 대통령 임기말에 논의할 문제" 라고 자민련측을 자극했다.

金부총재가 기다렸다는 듯 11일 기자들과 만나 趙대행을 비난했다.

"대통령이 주도해 내년말까지 내각제 개헌을 완료하고 16대 국회를 내각제 헌법으로 맞이한다는 것은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양당간 합의사항이자 대국민 약속" 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趙대행이 양당간 합의사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중대한 사태로 유감스럽고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고 지적했다.

"그 발언은 대통령의 의중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사태에 대해 대통령 귀국후 어떤 형태로든 짚고 넘어가야 한다" 는 쐐기도 박았다.

말하자면 김대중대통령 본인의 해명 내지 다짐을 받아야겠다는 뜻이다.

金부총재는 金대통령이 천명한 지역연합론에 대해선 "내각제 개헌이 전제가 된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는 정도로 언급했다.

이같은 격렬한 반응을 미리 감지하고 있은 듯 趙대행은 "대통령 임기말에 논의하겠다고 한 적은 없고 16대 국회가 구성될 즈음 논의하자는 얘기였다" 고 한발 슬쩍 뺐다.

그러나 국민회의측에 대한 자민련의 '내각제 공격' 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듯하다.

지방선거에서 강원도 패배 등의 가장 큰 원인이 국민회의의 공조외면이라는 인식이 당내에 퍼져 있고 이런 상태로 계속 밀리다간 '제2집권당' 인 자민련의 존재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김종필 (金鍾泌) 총리서리.박태준 (朴泰俊) 총재 등 당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내에 '내각제 개헌추진위 (가칭)' 를 구성해 내각제 캠페인 등을 벌여나간다는 복안이다.

국민회의와의 내각제 논의는 여론을 감안해 당분간 미룬다 하더라도 당 차원의 개헌준비는 지속적으로 해나가겠다는 것. 청와대쪽도 자민련의 이같은 움직임에 민감한 반응이다.

단순히 국민회의를 견제하기 위한 정치적 발언인지, 차제에 개헌정국을 조성하겠다는 의도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내각제 개헌문제는 워낙 명확하게 정당간 협약형태로 작성, 공개돼 있어 잘못 다루다간 청와대와 국민회의가 의외의 일격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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