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각빅딜 되기까지]삼성 자동차 내놓자 현대·LG도 미련 버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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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삼성.현대.LG간의 '3각 빅딜' 이 이뤄지기까지 숨가쁜 장면이 여럿 있었다.

LG화학의 경우 성재갑 (成在甲) 부회장이 지난 8일 저녁 여권의 핵심 인사와 만난 직후 회사 기획라인에 "현대석유화학 인수 기본안을 짜라" 고 지시, 당시 해당 실무진이 크게 놀랐다고 한다.

삼성이 신규 유망사업인 자동차를 현대에 넘겨주기로 한 것은 최고위층의 결단에 따른 것이라는 후문. 현대도 마지막까지 석유화학에 미련을 갖고 있었으나 정부쪽에서 '그럼 전자를 내놓겠느냐' 고 밀어붙이자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다.

LG의 경우 당초 개인휴대통신 (PCS) 과 반도체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PCS를 넘길 경우 주력업종인 정보통신.전자산업 전체가 위축될 것으로 우려해 반도체를 삼성에 주는 쪽을 택했다는 것.

이와 관련, 이문호 (李文浩) LG구조조정본부장은 얼마전 박태준 (朴泰俊) 자민련총재를 찾아가 어느 쪽도 포기하기 어려운 그룹내 속사정을 전달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당초 5대 그룹을 대상으로 빅딜을 추진했으나 '조합' 이 너무 복잡해 3대로 축소했다는 것. 대우와 SK는 빅딜에 버금가는 구조조정을 자체적으로 추진키로 해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그룹 총수와 일부 핵심 경영진 사이에서만 이뤄져 김중권 (金重權) 대통령비서실장의 발언이 나온 이후에도 해당 기업 실무진은 물론 사장급인 경영진조차 사실 확인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현대 고위 관계자는 막판까지도 "1조3천억원을 들여 지난달초 국내 제1의 설비를 완공한 현대석유화학을 넘기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 이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金실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바로 주요 대기업을 대상으로 대상권에 포함됐는지 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였지만 사실 확인을 못해 답답해 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또 이날 金실장이 뜬금없이 직접 나서 빅딜을 공식화한 발언 배경에 대해서도 궁금해 하는 표정. 한편 해당 기업들은 빅딜이 기정사실로 전해지자 각각 관련 임직원들이 모여 긴급 대책회의를 갖는 등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직원들은 앞으로의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고윤희.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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