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각 빅딜에 담긴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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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 등장 이후 재계의 최대 화두였던 'DJ식 경제개혁' 의 실체가 드러났다.

기업구조조정과 금융구조조정의 윤곽이 뚜렷이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설마했던 대기업간 사업교환, 이른바 빅딜이 현실화했다.

金대통령은 일반의 관심이 지방선거.정계개편.금융개혁.대통령 방미 (訪美) 등에 온통 쏠려 있는 사이 치밀한 물밑작업을 통해 5대 대기업의 빅딜이라는 '초대형 구조조정' 을 기어이 이뤄낸 듯하다.

金대통령이 방미중 여러 자리에서 "올해 안에 기업과 금융의 구조조정을 끝내겠다" 고 한 공언이 구체화되는 지금이다.

오는 20일로 예정됐던 금융구조조정 발표시기가 빅딜발표 임박으로 다소 앞당겨진 것도 이같은 '개혁의 동시진행' 스케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경제구조조정의 동시병행은 당연히 金대통령의 정치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많은 희생을 치르더라도 개혁의 기본방향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을 국내외에 분명히 입증한 것도 한 이유다.

당장 제2기 노사정 (勞使政) 위원회에서 재계개혁을 요구해왔던 노동계의 주장이 상당부분 반영됨으로써 'IMF탈출' 을 향한 국민적 지지기반의 확대라는 성과도 얻게 됐다.

빅딜 실현은 미국측이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사항이다.

이에 따라 미국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해외자본의 유입이 가속화될 토양도 마련돼 金대통령의 '국제적 신인도' 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이같은 국내외적인 정치력 확대를 기반으로 정계개편 및 정부구조개혁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야당을 압박해 영남권까지 아우르는 '대연정 (大聯政)' 혹은 '거국내각' 을 추진하겠다는 기본구도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방미후 추진할 제2단계 정부 및 공공기관 개혁도 일반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하고 있다.

대통령의 취임후 일성은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동시병행" 이었다.

'복합문제를 동시에 해결한다' 는 경제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난 金대통령의 개혁 스타일로 볼 때 정치개혁과 경제개혁은 선후의 문제가 아니라 맞물려 진행될 것임을 분명히 보여줬다.

빅딜 추진의 金대통령 라인은 박태준 (朴泰俊) 자민련 총재와 청와대 4인방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4인방은 강봉균 (康奉均) 경제수석.김태동 (金泰東) 정책기획수석.진념 (陳稔) 기획예산위원장.전북지사인 유종근 (柳鍾根) 경제고문이다.

4인방은 대기업들이 제출한 구조조정안을 검토해 수정하는 작업을 분장 (分掌) 하고 朴총재는 조정안을 해당그룹에 '통보' 하고 설득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빅딜의 성과에 관한 것. 金대통령의 예상대로 이같은 혁명적 조치가 과연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겠느냐는 회의가 상존하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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