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북한 장군급대화 재개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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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조만간 재개될 유엔사와 북한군의 장군급 대화는 91년 이후 꽉 막혔던 북한과의 고위군사채널을 복원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장군급 대화가 한반도 군사적 위기관리에는 역할을 하겠지만 그동안 유명무실하기는 했으나 공식 대화창구였던 군사정전위를 사실상 포기하는 측면이 크다는 데 문제가 있다.

북한은 지난 91년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에 한국군 황원탁 (黃源卓) 소장이 임명되자 군정위에서 철수하고 대신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를 설치하는 등 군정위 무력화를 시도했었다.

북한은 이어 폴란드 등 중립국 감독위 대표를 판문점에서 쫓아내기도 했다.

어쨌든 남북한간에는 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라 만들어진 군사공동위원회가 있지만 북한측 거부로 한번도 열린 적이 없어 장군급 대화가 유일한 군사채널이 될 전망이다.

그래서 장군급 대화의 정치.군사적 의미는 클 수밖에 없는데 이번 합의에는 함정이 너무 많다.

미군만을 상대하려는 북측의도가 특히 문제다.

협상과정에서 줄곧 논란이 돼온 유엔사측 대표도 앞으로 회의과정에서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합의결과를 한국어.조선어.영어 등 세가지로 만들면서 한국어판에는 미군 대표를 '선임장교' 로, 북측이 발표할 조선어판에는 '대표' 로 돼 있다.

양측이 유엔사측 참석자는 동등한 자격으로 발언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지만 북한이 이같은 모호한 부분을 악용, 이달에 열릴 첫 회의에서 한국군과 미군대표 등 유엔사 대표들 사이에 동등한 발언권을 인정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에 대해 유엔사는 북한이 회의에서 동등한 발언권을 거부하면 회의를 갖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양측은 첫 회의에서 의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일 게 분명하다.

북한은 '북.미 장군급 대화' 라고 선전하면서 첫 회의에 주한미군 철수와 북.미간 잠정평화협정 체결을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돼 한차례 진통이 예상된다.

우리측이 이러한 북측 의도를 간파하면서도 양보를 한 것은 무력충돌 방지 등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에서다.

장군급 대화 합의는 새 정부의 적극적 대북 (對北) 유화정책의 결과로 앞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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