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납량영화 신드롬]여고괴담 서울 30만관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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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일선 교육현장과 청소년들 사이에 한국영화 '여고괴담 (女高怪談)' 신드롬이 일고 있다.

여고괴담은 차별대우, 입시에 대한 중압감, 일부교사의 도를 넘은 폭력과 성희롱 등 우리 교육현장의 비교육적 현실을 귀신이야기라는 형식을 빌려 그린 영화. 학교 현실의 사실적인 묘사에 공감한 중.고생들이 몰려들면서 개봉 10일째인 9일 현재 서울에서만 3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빅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8일 서울 신촌의 한 개봉관 앞에서 만난 서울 A여고 3년 李모 (18) 양은 "영화를 보는 동안 계속 친구들이 떠올랐다.

특히 주인공 여고생이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선생님에게 무자비하게 얻어맞는 장면에선 내 경험이 겹쳐 보여 참을 수 없었다" 고 말했다.

또 K여고 2년 姜모 (17) 양은 "영화에 나오는 '미친 개' '늙은 여우' 같은 폭력교사들의 별명이 현실에서도 일부 교사들의 새로운 별명으로 유행하고 있다" 며 "정말 영화속 등장인물과 똑같은 교사도 있다" 고 고개를 저었다.

또 '학생들 중 누가 귀신인지 모른다' 는 영화의 상황 설정에서 나온 '으흐흐, 넌 아직도 내가 네 친구로 보이니' 라는 대사가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되고 있다는 것.

PC통신을 통해서도 학생들의 반향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착한 학생들의 희생이 구조화돼 있는 우리 교육현실에선 영화 속에서 희생되는 많은 학생들의 한 (恨) 이 계속될 것" (유니텔 페가수스) 이라는 등의 교육현실을 비판하는 내용이 주류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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