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키야 반갑다”매니어들 난장 리허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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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늦었지만 너무 반갑다.

객석/무대의 '경계 허물기' 로 유명한 '컬트무비의 원전 (原典)' 로키호러픽처쇼 (이하 로키) .런던.뉴욕 등 심야의 상영극장은 연기 흉내내기, 대사.노래 따라하기…결국엔 밀가루.물.두루마리휴지 등이 날아다니는 난장판이다.

이달 20일 동숭씨네마텍과 코아아트홀에서 정식개봉하는 로키. 그것의 국내 입성을 하이텔 소모임 로키호러픽처쇼 팬클럽 (go sg27) 은 예의 '퍼포먼스' 로 맞이하기로 해 관심의 촛점이다.

자칭 '쇼단' 이자 '예술단' 인 '더블 피처스' (두편 동시상영이라는 뜻) .20여 명의 열혈 매니어들로 구성돼 있다.

이미 지난달 23일 자정 시사회때 '타임워프' '로키탄생' '에디' '플로어쇼' 등을 선보여 열띤 호응을 얻은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소모임이 생긴 건 지난해 7월. 올해 초 로키의 개봉 입소문이 전해지면서 "개봉되면 퍼포먼스는 우리 몫" 이라는 암묵적인 합의가 이뤄졌고 우연히 영화 수입사인 율가필름 쪽과 연결이 됐다.

'더블 피처스' 라는 이름은 영화 첫 장면에서 새빨간 입술이 나와 부르는 '공상과학영화 동시상영 (SF Double Feature)' 에서 따온 것이다.

이들의 움직임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물론 있다.

7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컬트현상이 시공간적 맥락을 뛰어넘은 채 그대로 이식됐다는 비판이다.

어디까지나 당시 로키를 관람하고 반응했던 '그때 그들' 의 문화일 뿐 '지금 우리' 의 것은 될 수 없단 얘기다.

하지만 더블 피처스의 반격도 만만찮다.

"우리나라에서 그때 로키를 개봉이나 할 수 있었나. 복장도착 (服裝倒錯.transvestism) 이나 양성애, 그리고 성역할에서 고정관념 깨기 등 내용과 메시지는 90년대말인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이제서야 로키와 같은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이제서야 무르익었다고 보는 게 옳다. "

시삽 민신희 (24) 씨는 "로키는 비평가들이 외면했던 영화를 소비자인 관객들이 되살린 경우다.

그들이 작품의 엉성한 부분을 채워 컬트영화로 만든 셈이다.

그 점을 높이 평가한다" 고 말한다.

'한국의 로키' 도 진정한 컬트영화로서 자리잡을지 정말 궁금하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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