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한나라당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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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4일 저녁 방송 3사의 개표방송이 시작되자마자 한나라당 선거상황실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당지도부는 출구조사결과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세 지역에서 큰 격차로 뒤지고 아성으로 여겼던 부산에서조차 김기재 (金杞載) 무소속 후보가 앞선 것으로 나타나자 침통한 표정으로 10여분만에 자리를 떴다.

조순 (趙淳) 총재, 이한동 (李漢東).김덕룡 (金德龍) 부총재 등은 총재실에서 잠시 회의를 가진 뒤 "지난 6.27선거때와 마찬가지로 다섯군데에서 승리했으니 현상유지는 한 셈" "강원에서 승리한 것은 큰 소득" 이라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서둘러 당사를 떠났다.

이회창 (李會昌) 명예총재도 오후 잠시 상황실을 들렀으나 당 자체조사결과를 보고받은 뒤 어두운 표정으로 당사를 빠져나갔다.

상황실을 지킨 일부 당직자들도 경합지역으로 분류됐던 강원과 울산에서 김진선 (金振신) 후보.심완구 (沈完求) 후보가 다소 앞선 것으로 나타나자 "그나마 다행" 이라면서도 허탈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특히 부산의 선거결과에 안타까워했다.

일부에선 "부산시 의원들이 후보를 옹립한 만큼 책임져야한다" 며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는 "지난 4월 보선에서도 출구조사가 크게 빗나갔다" 며 마지막까지 기대를 버리지 않고 상황실을 지켰다.

특히 개표결과에서 부산 안상영 (安相英) 후보가 2%정도의 근소한 차로 계속 앞서나가자 "부산은 한나라당을 버리지 않을 것" 이라며 개표방송에 시선을 집중했다.

사활을 건 사투를 펼쳤던 수도권 후보들도 침통한 표정이었다.

투표를 마친 뒤 중앙당사를 들러 당직자들을 격려했던 최병렬 (崔秉烈) 서울시장후보는 "최선을 다했다" 면서도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정착됐던 미디어선거가 후퇴한 느낌" 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의왕.이천 등 선거기간중 들르지못했던 지구당을 순회하며 막판까지 사력을 다했던 손학규 (孫鶴圭) 경기지사후보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뒤진 것으로 나타나자 도지부 사무실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신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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