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씨 스포츠용 가방 수십개 준비 손씨 만날때 돈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 비방 책자를 발간한 혐의로 구속된 '인사이더 월드' 발행인 손충무씨는 92년 대선 직전 김영삼 (金泳三) 후보 비방 기사를 보도해 문민정부 출범 직후 구속됐던 것이 안기부와 특별관계를 맺게 된 계기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에 따르면 孫씨는 수감 도중 어머니가 숨지자 "김영삼정부 때문에 어머니가 죽었다.

보관중인 김영삼 파일을 폭로하겠다" 며 청와대측을 협박했고 이에 청와대측이 안기부에 孫씨를 설득하도록 지시한 것이 '孫 - 안기부 커넥션' 의 시작이었다는 것. 그뒤 안기부 고위간부가 자신의 어머니 묘소를 참배하자 孫씨는 안기부와 밀월관계에 들어갔고 안기부는 孫씨가 벌인 북한 경제특구 및 중국 베이징 (北京) 취재에 각종 편의를 제공해줬다는 것이다.

특히 권영해 전부장은 孫씨를 만날 때마다 3천~5천달러씩 건네줬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한편 權전부장은 孫씨에게 '김대중 X파일' 의 발행자금을 지원할 때 스포츠 가방을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權전부장은 가로 40㎝, 세로 15㎝, 높이 30㎝ 크기의 검정색 스포츠가방 수십개를 구입해 비서실 비품창고에 쌓아놓고 孫씨와 같은 특별관리대상 인물 등에게 자금을 현금으로 지원할 때마다 사용했다는 것이다.

孫씨 집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문제의 가방이 압수되자 검찰관계자는 "뇌물을 전달할 때 사과상자를 이용한 정태수 (鄭泰守) 전한보총회장 때문에 '정태수 사과상자' 란 말이 나돌았는데 이제는 '권영해 스포츠가방' 이란 말이 '은밀한 자금' 을 가리키는 유행어가 될 것 같다" 고 말했다.

예영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