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사정 대화합 다시 일궈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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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진통 끝에 2기 노사정위원회가 오늘부터 대통령 상설자문기구로 발족한다. 1기 노사정위원회의 공동선언문 채택 이후 실로 4개월만에 이뤄진 대토론의 장이다.

그 4개월간 실업자수는 급속히 늘었고 기업의 고통은 엄청나게 불어났다.

민주노총의 시위와 파업으로 대외신인도가 격감한 적도 있고 아직도 그들의 참여가 불확실한 가운데 2기 위원회가 발족하는 것이다. 우리는 노사정위원회가 해야 할 막중한 과제를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주문코자 한다.

첫째, 지금 우리가 겪는 고통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 이익이나 희생을 통해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무더기 해고를 통해 기업주만 살아남을 수 없고 무너지는 기업을 붙잡고 일자리를 요구할 수만도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살을 깎는 살신성인 (殺身成仁) 의 결단과 양보, 그리고 전례 없는 성실한 논의를 통해 국난을 극복해야 한다" 는 1기 위원회의 공동선언문 정신을 철저히 준수하는 비장한 자세가 필요하다.

둘째, 2기 위원회에서도 30개 주요의제를 다룰 예정이다.

부당노동행위 근절.재벌개혁.실업대책.고용안정.사회보장 확충 등 어느 것 하나 우리 경제현실에서 등한히 할 수 없는 생존의 문제다. 여기서 단기적 집단이기주의에 빠질 것인가, 아니면 나라경제와 산업평화 전반을 생각하는 구국적 결단을 내릴 것인가.

기업을 살려야 노동자가 살 수 있다는 마인드가 절실하다. 정리해고를 통해 기업을 살릴 수 있다면 이를 두려워만 해서는 안된다.

외자유치를 위해 노사정이 함께 나서는 모범을 보인다면 외자유치 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다.

끝으로, 정리해고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부당노동행위가 속출할 수도 있고 노동기본권 침해사례가 급증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철저한 예방과 사법적 단속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운영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도 민주노총은 주저없는 참여를 해야 한다.

성실한 논의와 살신성인의 결단과 양보로 나라경제를 살리는 힘이 노사정위원회에서 분출되기를 온 국민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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