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여권의 정계개편 구상을 거세게 받아치고 나섰다. 여권과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서청원 (徐淸源) 선거대책본부장도 목청을 높였다.
그는 '호남왕국 (王國) 음모' 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정계개편에 극도의 거부감을 나타내는 것은 당장 지방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선거후 당이 깨진다면 누가 그 당에 표를 주겠느냐" 고 반문한다. 김윤환 (金潤煥) 부총재는 "저쪽 (여권) 의 당면목표는 영남분열" "정국의 변화는 지방선거후에나 생각할 문제" 라며 발등의 불인 지방선거를 걱정하고 있다.
물론 한나라당내에도 정계개편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이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여권이 '강압적' 방법을 통해 정계개편을 추진하려는 것 같다는 의구심이 커지면서 말을 극도로 조심한다.
이신행 (李信行).김홍신 (金洪信) 의원에 대한 사법처리 움직임, 야권 중진들에 대한 비리연루설 유포 등도 한나라당 의원들을 자극하고 있다. 특히 "선거가 끝나자마자 두자릿수 이상의 의원들이 여당에 입당할 것" 이라는 등의 여권관계자 발언이 계기가 됐다.
정계개편을 쌍방이 아닌 일방통행으로 관철하려는 기도를 저지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동시에 이같은 기류는 한나라당내에서 정계개편에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는 측의 입장을 강화시키고 있다.
이들은 여권과의 대치구도를 첨예화하려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그래야 지방선거는 물론 선거 이후 한나라당 전당대회 국면에서도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개편공세를 차단하는 데 성공할 경우 역으로 여권이 분열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정계개편을 둘러싼 여권내의 복잡한 이해관계도 한나라당으로 하여금 경계심을 높이는 요인이다.
예컨대 국민회의와 TK (대구.경북) 제휴설에 대한 자민련내 TK세력의 제동이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국민회의 내부의 신 (新) 주류와 구 (舊) 주류간에도 생각차가 있다고 본다.
이같은 사정 등으로 한나라당은 여권을 공격하고 자구 (自救) 노력을 강화하는 자세를 당분간 견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교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