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Q&A] 어린이 치아 치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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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Q : 이가 아파서 잠을 못 잔다고 하는 6세 아이가 병원에 내원했다. 어금니는 침식이 이미 심하게 진행된 상태로서 절반 이상의 치아가 신경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 앞니는 치아 우식(침식)과 더불어 고름도 존재하는 상태로서 치료 보다는 뽑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이의 구강 내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듣게 된 부모님께선 아이들의 치아 우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던 터라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적지 않은 충격을 느끼셨다.

A : “어차피 시간이 지나고 아이가 자라면 빠질 치아인데, 꼭 치료해야 하나요?”

요즘에는 부모들의 아이들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일반 대중들의 치과 상식도 높아짐에 따라 이런 질문이 많이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치과에서 아이들을 진료하면서 부모님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종종 듣게 된다. 이런 질문을 직접 듣게 되는 상황이라면 이미 치과에 내원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지만, 실제로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부모님들 대부분이 치과에 내원하지 않고 아이의 구강병을 더욱 키우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 수도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는 매우 잘못된 편견이다. 일반적으로 유치가 나와 유치열이 완성되는 시기는 약 32개월 전후다. 영구치열로 완전히 교환되는 시기는 만 12세 전후이다. 이 기간 동안 유치가 제자리에서 충분히 잡고 제 기능을 해 줘야, 건전한 영구치가 정상적인 교합상태로 나올 수가 있게 된다.

유치의 경우 영구치에 비해 크기가 작고, 치아 표면에서 치수강(흔히 얘기하는 치아 신경)까지의 거리가 짧아서 처음 우식이 발생하게 되면 매우 빠른 속도로 확산되게 된다. 이를 조기에 치료하지 못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치수강 내에 염증이 발생하게 되어 통증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유치 뿌리(치근) 아래 있는 영구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영구치 표면이 손상된 채로 구강 내로 나오거나, 이가 나는 시기나 방향이 비정상적인 경향을 보이게 된다. 게다가 만약 치아 침식이 심해져 유치가 조기에 상실되면 빠진 유치에 해당되는 영구치가 구강내에서 나올 공간을 잃는다. 교정해야 하는 사태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유치는 적절한 시기에 치료돼야 한다. 썩은 치아를 적절히 치료해 줘야 아이가 음식물을 씹을 수 있는 기능이 향상되어 성장기에 반드시 필요한 영양 섭취하게 된다. 아이의 구강 내 심미적 요인도 향상되어 아이에게 자신감도 줄 수 있는 것이다. 유치 자체를 잘 보존해 구강 내에서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도록 하고, 아이가 자라나면서 나는 영구치열의 건강함을 위해서 유치는 적절한 시기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요즘에는 한 건물에 하나 정도로 치과의원의 수가 많아져서 마음만 먹는다면 비교적 쉽게 구강 검진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정부에서도 조기에 아이들의 구강검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장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18~24개월 및 54~60개월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영유아 무료 구강검진을 시행하고 있다. 조기 구강검진만이 치아 우식과 충치 예방의 지름길이다.

가온치과병원 이연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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