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고재종 (41) '초록반란의 전언'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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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뒷동산 청솔잎을 빗질해주던 바람이

무어라 무어라 하는 솔나무의 속삭임을

듣고

푸른 햇살 요동치는 강변으로 달려갔다

하지

달려가선 거기 미루나무에게 전하니

알았다 알았다는 듯 나무는 잎새를 흔

들어

강물위에 짤랑짤랑 구슬알을 쏟아냈다

하지

- 고재종 (41) '초록반란의 전언' 중

80년대 후반 많이 관념적이었을 적에 그런 관념과는 또다른 절실한 삶을 지니고 나온 당찬 농민시인이었다. 그 이전까지는 농민.농촌.농업이란 시의 소재이기 십상이었다. 그러다가 고재종에 이르러 농민시는 농민이 쓴 시가 될 수 있었다. 여기에서는 그런 농민시를 겪고 나면서 자연 혹은 우주와의 다정다감한 교류에 깊어지는 그 천심 (天心) 이 내비친다.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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