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꿈' 키우는 유학파 기사 대덕운수 택시운전사 김준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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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흔히 택시기사가 3D (더럽고.힘들고.위험한) 직종이라고 말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럭저럭 수입도 괜찮고 무엇보다 배우는 것도 많습니다." 서울 장안동에 있는 대덕운수의 김준완 (金俊完.28) 씨. 깔끔한 외모에 듬직한 체구를 지닌 그는 일본 유학 (방송관련 전문대학) 을 다녀온 초보기사다.

지난 2월초 3년간의 일본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해 자신만만하게 취직을 시도했으나 여러차례 실패한 끝에 3월말 택시기사를 선택했다.

일본에서 공부했던 방송촬영 기술을 믿고 무려 50여개 방송국이나 유관기업체들의 문을 두드렸지만 냉담한 반응뿐이었던 것. "귀국 당시 한국경제가 어렵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취직이 힘들 줄은 몰랐습니다. "

취직이 안되자 처음엔 일본인 관광가이드를 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자칫하면 안주하게 돼 원래 목표였던 방송인의 꿈을 저버릴 것 같아 포기했다고 한다.

어머니와 부인 등 주변 사람의 반대가 심했지만 '노느니 아기 분유값이라도 벌어야 한다' 는 그의 결심을 꺾지는 못했다.

그는 '택시를 모는 김에 과거 손님으로 택시를 탔었을 때 느꼈던 불만사항을 나만큼은 저지르지 말자' 는 결심을 했다.

상냥한 인사말과 다정한 대화, 안전.준법 운전, 합승 안하기 등 듣고 보면 평범한 일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특히 손님에게 서비스한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첫번째 손님을 무료로 모셨고, 그동안 1백.5백.1천.1천5백번째 손님에게는 자그마하나마 선물도 증정했다.

그는 이같은 서비스 실천을 위해 운행기록부 노트에 손님의 출발지와 도착지 시간.장소, 요금 및 팁, 인적사항 등을 꼼꼼하게 기록해 오고 있다.

이 노트엔 포항에서 딸 집을 방문하기 위해 올라온 한 80대 할머니를 파출소 신원조회까지 하면서 주소를 파악한 뒤 모셔다 드려 두둑한 팁 (9천1백원) 을 받은 내용도 보인다.

주단위로 주야 맞교대 (오전3시~오후4시, 오후4시~오전3시) 근무를 하는 불규칙한 생활에다 매일 10여시간씩 운전대를 잡아야 해 힘은 들지만 월 1백50만원 가량 수입은 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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