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실업시대…기업연금 도입 서둘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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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제 기업의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앞으로 실업문제보다 기업의 구조조정을 통한 경제회생에 정책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이며 더 많은 실직자가 양산될 것이다.

근로자들은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정리해고와 함께 기업도산시 퇴직금에 대한 지급보장조차 불투명해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3월 노동부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기업연금제도 도입을 위한 근거규정을 새로 만들어 생명보험회사와 손해보험회사로 하여금 근로자의 퇴직금 지급보장을 위한 퇴직보험상품을 판매토록 할 예정이었다.

퇴직금 관련상품을 확대해 달라는 노사의 건의를 수렴해 지난해 12월 이를 다시 개정, 기존의 퇴직보험 외에 퇴직 일시금신탁을 추가했고 취급기관도 기존의 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 외에 은행.투신.농수축협 등으로 확대했다. 기업연금제도는 국민연금.개인연금과 더불어 근로자의 3층 노후보장체계를 이루는 일종의 사회보장제도다.

기업연금제도는 세제지원을 통해 기업으로 하여금 퇴직금재원을 사외에 예치토록 유도함으로써 근로자의 퇴직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자 하는 정책적 장치인 것이다. 이러한 기업연금제도가 관련법의 제정으로 법적 장치가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1년이 넘게 도입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내내 보험사와 은행권간의 취급기관 논쟁으로 많은 시간을 낭비하더니 근로기준법의 개정으로 취급기관이 확정됐는데도 어찌된 영문인지 아직 도입시기가 명확히 발표되지 않고 있다. 퇴직금은 실직자에게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한 창업자금이며,가족의 생계를 위한 마지막 생활수단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기업이 도산하는 경우에도 근로자의 퇴직금이 보장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고 시급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금융기관의 부실문제로 인해 근로기준법에서 지정한 수탁기관중에 안정적이고 우량한 금융회사만이 기업연금제도를 취급하게 하기 위한 정부의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면 하루빨리 매듭지어야 할 것이다.

또한 기업연금제도의 빠른 도입을 위해 법인세법 시행규칙 등 관련규정들을 조속히 공포하고 세제혜택 범위도 크게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만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퇴직금 관련상품을 통해 그 재원을 미리 사외에 예치함으로써 근로자의 퇴직금이 안정적으로 확보될 수 있으며 기업연금이 조기에 정착될 수 있다.

정부는 기업연금제도의 조속한 시행을 통해 근로자의 안정적인 퇴직금 지급을 보장함으로써 근로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근로환경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이근창(영남대 교수.무역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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