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대 못미친 '주병진 데이트라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풍자 즐비한 새로운 시사프로그램을 표방하며 23일 첫 방송된 SBS '주병진 데이트라인' (매주 토.일 밤10시50분) .뚜껑을 열어보니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는' 격이었다.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풍자 실종. 그간 딱딱한 뉴스 보도에 식상해온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너무 허전했다.

'국회의원 세비인상' 외엔 별 비판이 안보였다.

세비문제도 상투적 보도 논조를 뛰어넘거나 색다른 분석이 나온 것도 아닌 둔탁한 비웃음뿐. 떠들썩하게 홍보했던 것과 달리 박태준 자민련 총재가 나오지 않았다. 제작진의 해명. "출연을 약속했던 박총재측으로부터 방송 하루 전 '민감한 시기이니 다음으로 미루자' 는 연락이 왔습니다. " 그것 자체가 비판 거리 아닌지. 과연 우리 정치풍토에서 민감하지 않은 때가 언제인가.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을 건 웃을 틈을 주지 않았다는 것. 성공적인 사업가가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주병진' 하면 터져나왔던 웃음이 거의 없었다.

그의 완벽한 변신 시도인가?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와 관련, 여자MC에게 "나중에 필요할 수도 있으니 잘 보세요" 라는 식의 개그를 하면서 보도국 기자와 심각히 대담을 하는 모습은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어정쩡하게 만들었을 뿐. '24시간 노숙 체험' 이나 '10대 성폭행범' 같은 시간에선 들인 공에 비해 겉핥기식 접근에 불과해 주병진이 아니었다면 전파를 타기 어려웠을 수준. 그래도 여전히 기대는 크다. 천편일률적 뉴스 풍토를 바꾸겠다는 다짐은 주목할만 하며 시청자 눈높이로 뉴스 가치를 새롭게 매긴다는 발상 역시 격려하고 싶다.

동성애자를 스튜디오로 부른 파격 또한 참신했다.

"재미와 정보를 더욱 강화하겠다" 는 김혁 책임프로듀서의 말에 희망을 걸어본다.

강주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