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위]은행 우량자산만 매각하는 배드뱅크제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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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은행 구조조정의 방향이 부실은행에서 부실자산을 분리해 처리한 뒤 나머지 우량자산을 다른 은행에 넘기는 자산부채인수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이를 위해 은행의 부실자산을 한곳에 모아 처리하는 업무를 전담하는 소위 '배드뱅크' 제도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위원회 산하 구조개혁기획단은 25일 이같은 내용의 자산부채인수 방식을 구조조정의 가장 유력한 모델로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기획단 관계자는 "부실은행 청산은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과 사회적 비용부담이 너무 크고 흡수합병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판단해 자산부채인수 방식에 비중을 두고 있다" 고 말했다.

이 방식에 따를 경우 폐쇄되는 부실은행의 수는 최소화하면서 우량은행의 대형화를 유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기획단측은 설명했다.

반면 ▶배드뱅크가 부실자산을 인수해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각손실의 보전은 어차피 정부가 지원해야 하고▶인수은행의 자기자본비율 하락을 막기 위한 정부지원이 불가피해 전체 구조조정비용이 청산이나 흡수합병보다 더 커질 수도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또 배드뱅크를 은행별로 각자 만들게 할지, 은행 공동의 배드뱅크를 설립해 함께 이용하게 할지 등에 대한 원칙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설립조건.인가절차 등과 관련된 법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현재 은행권에서는 신한은행이 지난 3월 처음으로 사업부제 형태로 도입했고 보람은행이 별도법인으로 배드뱅크 설립을 추진중이다.

금감위 고위관계자는 "80년대 정리된 미국의 은행 1천98개중 73%가 자산부채인수 방식에 따라 처리됐다" 며 "대형 우량은행을 육성한다는 구조조정의 취지를 감안하면 굳이 대량 폐쇄라는 충격요법을 안써도 된다" 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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