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 지금 구조조정중…핵심산업에 집중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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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 속에서 대기업의 구조조정 등을 서두르는 한국과는 이유가 다르지만 북한도 경제 구조조정을 모색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같은 사실은 북한의 대표적인 경제전문지 '경제연구' 최근호에서 밝혀졌다.

북한의 관변학자로 유명한 주체경제학연구소 연구실장 이기성은 '현시기 경제운영방향' 을 다룬 논문에서 "나라의 자원상태, 당면한 또는 전망적인 수요 및 시장조건들을 옳게 타산해 불필요하고 전망성이 없는 공장들은 없애거나 통합정리하고 필요한 부문 및 부문 내부구조를 합리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며 경제구조 조정을 역설했다. 관변학자가 출판물을 통해 경제구조 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같은 주장이 '경제연구' 에 공공연히 실릴 정도면 북한체제의 속성상 정무원이 이미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놀고 있던 공장들 일부가 문을 걸어 잠갔거나 잠그게 될 것이고 노동자들도 자리를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될 것이다.

이 조치는 본격적인 개혁조치를 피하고 있는 북한이 취할 자구책이라 할 수 있다. 극심한 원자재.에너지난을 겪는 열악한 상황에서 일부 공장에라도 '화력' 을 집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기성은 또 경제운영 방향에 대해 "당의 혁명적 경제전략에 따라 일정한 기간 소비재 위주로 나가면서도 석탄.전력.금속공업과 철도운수에 대한 투자를 보다 빨리 높이는 방향에서 투자구조를 설정하고 실현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이 한마디에 요즘 북한당국이 주력하는 방향이 다 들어있다.

'혁명적 경제전략' 은 농업.경공업.무역 제일주의 방침을 뜻한다.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책에는 여전히 경공업과 중공업의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기대가 담겨있다고 본다. 그러나 외자.원자재.에너지 유입이 어려운 조건에서 한마리의 토끼도 잡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지적이다.

신원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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