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오의 대박의 기술] 미국산 쇠고기 가게의 틈새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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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의 한 미국산 쇠고기 전문점. 주중·주말을 가리지 않고 초저녁부터 손님들이 몰리기로 유명하다. 89㎡(약 27평) 규모 점포에서 월평균 5500만원 매출에 1500만원 정도의 순이익을 올린다. 역세권 이면도로에 위치해 A급 상권이라고 하기 어렵고 테이블도 17개 정도인데 이른바 ‘대박집’ 반열에 올랐다.

성공 비결이 궁금해 찾아가 봤다. 점주가 말하는 비결은 간단했다. “품질 좋은 미국산 쇠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란다. 이곳에서는 미국산 초이스급 쇠고기를 6000~1만원에 판다. 내추럴 꽃살 1만원, 안창살 9000원, 갈빗살 8000원, 우삼겹차돌 6000원 등이다.

점주는 가게에서 파는 쇠고기가 미국 농무부(USDA)가 인증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무농약·무항생제·무호르몬 사료로 사육한 친환경 쇠고기로, 미국에서도 일반 쇠고기와 별도로 생산·관리되는 고급 쇠고기다. 가격도 일반 쇠고기보다 20%가량 비싸 중산층 이상이 먹는 고급육이라고 한다. 주한 미군부대에 공급되는 것도 이 쇠고기다.

그런데 어떻게 가격이 이렇게 쌀까. 점주는 가맹 본사가 미국 현지 농장에서 쇠고기를 직수입해 공급하는 육류 전문 유통업체여서 저렴한 가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산 쇠고기지만 친환경 고급 제품임을 내세우면서 싸게 판 것이 수요를 이끌어낸 것이다.

이것이 바로 틈새 전략이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영역을 개척하는 것도 틈새지만, 기존 시장과의 차별화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틈새 전략이다. 실제로 불황일수록 틈새 시장의 수익성과 성장성은 더욱 매력적이다. 특히 요즘은 소비자의 요구가 매우 구체적이고 세분화돼 있기 때문에 틈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그만큼 무궁무진하다.

틈새 시장에 접근할 때는 소비자의 일회성 흥미를 지속적인 구매로 전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잠재 수요를 현실 수요로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새로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단기간에 안정 궤도에 오를 수 있다. 따라서 틈새 아이템을 고를 때는 차별성 외에 수요의 지속성과 안정성에도 무게를 둬야 한다.

지속적인 상품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정보의 발달은 틈새 시장을 더 이상 틈새로 놔두지 않기 때문이다. 경쟁자가 출현해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꾸준한 연구개발 노력이 필요하다. 앞서 소개한 사례처럼 시장의 저변에 흐르는 소비 트렌드를 간파해 차별화된 쇠고기로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것, 이런 것이 바로 대박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

강병오 (주)FC창업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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