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대기자의 투데이]"하비비 체제 2주 못넘길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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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리살 람리는 자카르타에 있는 에코니트 경제전략연구소 소장으로 인도네시아의 정치와 경제에 정통한 사람이다. 그는 정부.기업.외국기관에 정치와 경영전략에 관해 활발한 자문을 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22일 수하르토 이후의 인도네시아 정국에 관해 람리와 긴급 전화대담을 가졌다.

김영희 = 대중적인 지지가 약하다는 하비비체제는 얼마나 갈 것 같은가.

람리 = 2주일을 못넘길 것으로 본다. 하비비를 지지하는 세력은 이슬람 행동주의자들인데 그들은 풀뿌리의 지지를 못받고 있다. 군부의 지지를 못받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이다. 군부와 민간의 지지를 동시에 받지 않으면 지금같은 비상시국의 지도자로는 실격이다.

김 = 그럼 누가 새로운 권력자로 등장하는가.

람리 = 앞으로 2주일 안에 소집되는 국회에서 민간과 군부의 지지를 받는 과도정부가 탄생해 다음 대통령을 뽑는 절차를 밟을 것이다. 그때까지는 차기 실력자를 점칠 수 없다. 아직은 불확실성 투성이다.

김 = 이슬람교 지도자 아미엔 라이스가 등장할 가능성은 어떤가.

람리 = 그는 과도기에 대단히 중요한 인물이다. 그는 지금 하비비와 일부러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김 = 수카르노의 딸 메가와티에게는 기회가 없는가.

람리 = 그녀는 이번 항쟁에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 중요한 성명도 내지 않았고 7만명 이상이 참가한 국회의사당 농성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김 = 수하르토가 하비비를 배후에서 조종하면서 사실상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다는 음모설은 근거가 있는가.

람리 = 그렇다.

수하르토는 하비비를 꼭두각시로 내세웠다.

김 = 국방장관 겸 인도네시아군 총사령관 위란토 장군이 집권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가.

람리 = 대통령으로 누구를 지지할 것인지, 누구를 내세울 것인지에 관해 군부 안에서 아직 의견을 모으지 못한 것 같다. 군부내 수하르토 추종세력은 지금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 수하르토의 사위 프라보위 장군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김 = 수하르토와 자녀들의 국외망명은 불가피한가.

람리 = 이미 투투트를 제외한 아들 딸과 손자.손녀들은 모두 해외로 떠났다.

수하르토를 재판에 회부하고 재산을 몰수하라는 학생들의 압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학생들이 노리는 건 수하르토에게 압력을 가해 그를 출국시켜 막후에서 정국을 조종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재판에 회부하는 것은 그 뒤의 일이다.

김 = 경제개혁은 미룰 수 없는 과제인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람리 = 과도정부가 구성되면 개혁은 계속될 것이다. IMF와 선진국들은 정국이 안정을 되찾을 때를 기다리고 있다.

김 = 군부가 정치의 민주화를 받아들일 것 같은가.

람리 = 군에도 개방적인 생각을 갖고 민주화개혁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김영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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