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교수 1인잡지 '월간 인물과 사상' 인물비평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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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얼굴없는' 잡지 하나가 소리소문 없이 '세 (勢)' 를 늘려가고 있다. 전북대 강준만 교수 (신문방송학) 의 1인 잡지 '월간 인물과 사상' 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달 말 창간호 (5월호) 를 낸 이래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정기독자가 1천8백명에 달할 정도다.

참고로 창간호 발송 부수는 8백여부에 지나지 않았다. '얼굴이 없다' 는 것은 잡지 자체가 서점 판매와 가판은 일체 하지 않고 오직 정기 독자만을 상대로 통신 판매하는 배본의 특수성 때문. 또 '1인 잡지' 란 별도의 기획진 없이 강교수 혼자 원고 집필은 물론 외고 (外稿) 선정도 책임지는 독특한 제작과정을 가리킨다.

'월간 인물과 사상' 의 인기는 무엇보다 강교수의 '스타성' 에서 찾아진다. 지난 96년초 '1인 저널리즘' 을 표방하며 내기 시작한 부정기 단행본 시리즈 '인물과 사상' 을 통해 다져진 독자층들이 그가 새롭게 시작한 같은 이름의 월간지에 눈길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모두 6권이 나온 부정기 단행본 '인물과 사상' 은 현재 15만부 가까이 팔린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정치.경제.언론.문화 등 사회 각 분야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으로 화제를 모은 강교수의 '도발적' 글쓰기가 월간지에서도 '공격' 의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또한 월간지에는 기존의 저서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일반인의 글을 과감히 실어 주목을 끌고 있다.

매달 15~20편에 이르는 '필부' 들의 발언을 가감없이 게재하는 등 독자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는 것. 기고 내용도 강교수에 대한 지지나 비판에서 점차 우리 사회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쪽으로 옮아가고 있다.

예컨대 6월호에서는 경실련 실무자로 베트남에 파견됐던 박승룡씨가 경실련의 운영에 대해 애정어린 비판을 던졌고, 충북 충주에 사는 이현우씨는 국악을 박대하는 문화풍토를 신랄하게 꼬집었다.

기성 언론이나 매체에 자기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낼 수 없는 일반인들의 막힌 언로를 터주고 있는 셈. 이에 강교수는 "기존의 지식인만이 아닌 보통사람들이 누구나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토론장으로 키워나갈 것" 이라고 다짐한다.

박정호 기자

〈jhlog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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